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전날에 이어 다시 기자회견을 자청, 자신의 재신임 제안을 "우리의 정치가 바로 가게 하기 위한 희생적 결단"으로 '격상'시켰다.아울러 재신임 방법에 대해선 국민투표 실시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상황 진전을 보면 노 대통령이 제안한 재신임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를 대략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 제안에 따른 국정혼란 주장을 반박하면서 "이미 엄청난 국정혼란이 와 있기 때문에 그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결단을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또 국정혼란의 주된 원인을 '기득권층의 저항'으로 설정하고 행자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과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부결 등을 "야당의 횡포, 일부 언론의 흔들기"로 몰아붙였다.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은 야당과 언론을 재신임 과정에서의 반대파로 지목한 것이다.
이는 역으로 기득권층에 맞설 친노(親盧) 세력의 결집을 호소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재신임 국민투표는 결국 전국적 단위로 벌어지는 친노파와 반노파간의 집단적 세싸움으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으로서는 친노 세력의 급속한 재편과 세확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 또 총선 이전에 재신임이 결판날 경우 재신임 과정은 바로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 재신임 전략은 총선 전략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10일에는 재신임 제안 이유를 "최도술씨 등 측근 비리 의혹과 축적된 국정불신"이라고 말했다가 11일엔 "우리 민주주의 발전에 커다란 변화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주장했다. '측근 비리 등에 대한 책임'에서 '정치개혁을 위한 결단'쪽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로써 노 대통령은 재신임 정국의 돌파를 위해 국민 지지를 호소할 중요한 공략 포인트를 제시한 셈이다.
사실 이런 정치적 명분이 설정되지 않은 채 재신임 제안이 직접적으로 측근 비리에서 촉발된 것이라는 차원에서 머무른다면 노 대통령으로선 효과적인 지지세 확보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참모 사이에서 중대선거구제, 정치자금 투명화 등 정치개혁 과제를 재신임과 연계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노 대통령의 이러한 의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재신임에 대한 결단을 깎아내리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함으로써 향후 재신임 정국에서 수세적이 아닌 공세적 태도를 취할 것임도 분명히 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