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고건 총리 주재로 비공개 진행된 국무위원 간담회에서는 내각 총사퇴 여부를 놓고 국무위원 간에 옥신각신하는 논란이 벌어진 끝에 총사퇴를 결의했으나 노무현 대통령이 이를 바로 반려해 해프닝으로 끝났다.간담회는 이날 오전7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침통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그러나 사퇴 언급은 없었고 "대통령을 보필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는 자성이 나오는 정도였다. 고 총리는 "국정운영에 혹시라도 차질이 있을까 걱정이 태산 같다"며 비상 정국을 맞는 비장한 심경을 토로했다.
간담회를 총사퇴 토론 장으로 바꾼 사람은 지은희 여성부 장관. 지 장관은 간담회 시작 1시간여가 지난 뒤 돌연 "이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90%가 (대통령이 아닌) 우리 책임"이라며 총사퇴를 들고 나왔다. 일순 분위기가 심각해졌고, 고 총리는 "총리(와 장관들)까지 물러나면 국민만 어려워진다"는 전날 각계 원로들의 조언을 전했다. 간접적으로 총사퇴를 반대한 셈이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도 어려운 경제를 들어 반대론을 폈고, 이창동 문화, 강금실 법무, 허성관 행자부 장관 등도 동조했다고 한다. 반면 박봉흠 예산처, 권기홍 노동, 허상만 농림, 한명숙 환경부 장관 등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전반이 불신 받고 있다'는 언급을 들어 사퇴의 불가피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팽팽하던 찬반 논의는 오전 9시께 청와대 수석·보좌관의 일괄 사의 표명 소식이 전해지면서 총사퇴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졌다. 결국 고 총리는 10여분 만에 사퇴 쪽으로 결론을 내렸고, 총리 이하 국무위원 전원이 사퇴서명을 한 종이를 들고 청와대로 향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흔들리지 말고 국정을 수행해 달라"며 총사퇴를 만류하면서 10여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노 대통령의 수용 여부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국무위원들은 고 총리가 공관으로 돌아와 결과를 전한 뒤 본격적인 국정수습책 논의를 시작했다. 재신임을 받은 국무위원들은 휴일인 12일에는 점심을 거르면서 간담회와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열었다.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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