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라고 생각합니다."숙명여대 출신 광고 홍보인 모임 '사파이어'의 진혜경(36·사진) 회장은 자신들의 모임을 "단순한 동문회가 아닌 동종 업계 선후배간의 멘토링 네트워크"라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사파이어'가 결성된 5월 첫 만남의 화두 역시 '남자들 사이에서 살아 남는 법'이었다고 한다.
"회사에서 가끔 능력 있는 여자 후배들이 강도 높은 수습기간에 받는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그만 두는 걸 볼 때면 늘 안타까웠어요."
1991년 숙명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오랫동안 방송용 다큐멘터리 PD로 일해오던 진 회장이 늦깎이 '홍보 우먼'이 된 것은 99년.
오랜 시간 집을 비워야 하고 생활이 불규칙한 방송일이 부담스러워서였다. 하지만 홍보 우먼들에게도 여전히 남성중심사회의 벽은 높았다. 같이 입사한 남자 동기들이 기획이나 제작 등의 핵심업무를 일찍부터 맡는 것에 비해,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뉴스 모니터링이나 신문 스크랩 등의 잡무를 하거나 행사장에서 도우미 역할 정도를 맡기 일쑤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의욕에 차서 입사한 어린 여자 동기들이나 후배들이 회사를 그만 두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진 회장은 "아무리 가까운 상사나 동기라도 남자들은 여자 동료들의 어려움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며 "팀워크가 중요한 광고 홍보업종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처세술과 같은 실질적인 지혜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은 여자 선배들뿐"이라고 강조했다. 진 회장은 "신입일 때는 안 보이던 것이 과장 때는 보이고, 과장 때는 안 보이던 것 사장이 되면 보이지 않느냐"며 "능력 있는 여자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것이 여자 선배들의 의무"라고 말했다.
'사파이어'의 올해 역점 사업은 광고 홍보업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재학생 후배들을 위한 멘토링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를 위해 숙명여대 동문회 홈페이지(club.sookmyung.ac.kr)내에 작은 동아리 방을 열었으며 2학기 중에는 재학생을 위한 취업 설명회와 강연도 열 계획이다. 소문을 들은 재학생 후배들의 가입으로 지금은 회원수가 92명으로 늘어났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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