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자, 그림문자에서 알파벳까지알무데나 히메노·피에르도메니코 바칼
라리오 지음, 신승혜 옮김, 을파소 발행
● 책 속의 악마를 속여라!
디미테르 잉키오브 지음, 롤프 레티히 그림,
유혜자 옮김, 중앙M&B 발행
20여 년 전 미국에 유학 갔을 때였다. 첫 학기가 시작된 지 겨우 며칠 지난 어느 날, 도서관사를 전공하는 교수가 한국 학생을 만나 반갑다면서 슬라이드 필름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우리나라 고서의 한 페이지였는데 그는 여러 군데 찍혀있는 도장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고서나 우리나라의 서적문화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내가 그걸 알 리 없었고 짧은 한자 실력으로나마 도장의 글자라도 알아보려 했지만 흐릿한 화질로 그것 역시 허사였다. 아쉬워하는 교수에게 우리는 한글이라는 훌륭한 문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한문을 배우지 않는다는 변명만 하고 말았다. 그는 계획을 세워 문자를 만들고 또 그날을 기념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고 했다. 외국 학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기뻤지만 우리 것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깊이 깨달은 순간이었다.
'글자, 그림문자에서 알파벳까지'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문자의 역사와 문자가 인간 생활에 일으킨 변화를 설명한다. 말하기는 인간의 본능에 가깝지만 '문자'는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 가장 기본적인 필요는 경제생활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서에 재산목록이나 매매계약서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기록하는 것도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아닐까. 왜냐하면 기록은 인간이 만든 가장 완벽한 '영원'을 만드는 장치이고,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인생을 산 인간도 한 가닥 흔적은 남기고 싶어 하니 말이다. 이 책은 기록에 관계되는 문자, 종이, 펜, 인쇄 등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20개의 짤막한 글을 통해 잘 설명하고 있고 판타지성 이야기가 곁들여져 충분히 아이들의 흥미를 끈다.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는 '책 속의 악마를 속여라!'가 있다. 문자의 발생부터 인쇄술의 발명까지를 한 편의 이야기로 엮어냈다. 책 속의 악마란 무엇인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아쉬운 것은 한글에 대해 역사책의 짧은 한 장(章)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다룬 책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그 이전에도 자신의 뜻을 글로 펼치지 못하는 백성이 많았을 텐데 왜 15세기에 와서야 우리말과 일치하는 문자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는지, 최만리를 포함한 일부 집현전 학자들은 왜 한글 사용을 반대했는지, 한글이 만들어지고 나서 여성을 포함한 백성들의 문자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렇게 우리나라 문자의 역사와 서적문화를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알려줄 책을 읽고 싶었는데…. 혹시 내 검색 능력이 부족해서인가?
/대구 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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