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시린 에바디(56)는 이란의 저명한 인권변호사다.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0일 "그는 여성과 어린이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면서 변호사, 판사, 작가, 운동가로서 이란과 기타 국가에서 분명하고 당당하게 소신을 밝혀 왔다"면서 "건실한 전문가, 용기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으면서도 결코 자신의 안전을 위해 위험에서 비켜서지 않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위원회는 "이 상이 이란과 이슬람 세계, 그리고 인권을 위한 투쟁에 지지가 필요한 모든 나라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모든 이에게 격려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슬람 개혁주의자인 에바디가 이란의 정치·사회적 문제를 평화적·민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여성으로는 11번째로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된 에바디는 이란인으로서, 그리고 이슬람권 여성으로서는 처음 노벨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게 됐다.
그는 테헤란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74년 이란 최초의 여성 판사가 됐으며 테헤란시 지방법원장까지 지냈다. 하지만 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왕정이 무너지면서 '여성은 판사직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해직됐다.
그는 공직에서 물러난 후 모교에서 법학 강의를 하면서 가족법 개혁 운동에 나섰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이혼이나 상속 문제에서 매우 불리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특히 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성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집회를 주도해 온건개혁파인 모하마드 하타미 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기여했다.
99년 이후 강경 이슬람 세력이 작가, 지식인을 탄압하면서 일부 반정부 인사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그는 피해자 유족 변호를 맡았다. 특히 여러 명의 대학생을 죽인 테헤란대 테러 사건의 배후를 밝혀내기도 했다.
에바디는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반정부 운동을 하다가 2000년에 "반(反)개혁적 폭력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3주간 옥살이를 한 뒤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2001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수상한 '라프토 인권상'을 수상했다. '어린이 인권 후원 협회'를 창설했으며 인권을 주제로 한 저서 몇 권과 논문 여러 편이 있다.
그는 일시 방문 중인 프랑스 파리에서 수상 소식을 듣고 "매우 놀랐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상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온 모든 이란인에게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란의 인권, 특히 어린이의 권리 보호에 좋은 계기가 되기 바란다. 이슬람 신앙과 민주주의는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
그는 지난 6월 영국 가디언지와 인터뷰에서 "이슬람교가 문제가 아니라 남성 위주의 문화가 잘못"이라며 "(간통자 등에게) 돌을 던지는 형벌 문화는 코란에도 없다"고 말했다. 기혼으로 두 딸(23세, 20세)을 두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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