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금품수수 혐의에 대한 검찰의 공식 발표도 나오지 않은 시점에 노무현 대통령이 충격적인 '재신임' 결정을 내림에 따라 최씨가 받은 SK비자금의 성격, 노 대통령과의 연관 가능성을 놓고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노 대통령은 이날 "그(최씨)의 행위에 대해 내가 '모른다'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선 두 갈래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최측근의 비리를 사전에 살피지 못한 감독자로서의 불찰을 언급한 것일 수 있다. 비록 최씨의 개인비리라 해도 높은 도덕성을 표방한 참여정부에서 벌어진 측근의 일탈행위에 대해 원론적 차원의 도의적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측근 비리에 대한 해법 치곤 재신임 결정은 너무 과도하다는 점에서 좀 더 심각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 역시 가능하다.
최씨가 SK로부터 11억원 상당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수수한 시점은 지난해 대선 직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는 대선 당시 한나라당에 100억원, 민주당에 25억원의 선거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의 4분의 1에 불과한 자금을 여당에 건넸고 그나마 선거일이 임박한 12월6일과 17일 돈이 전달됐다. 이는 정몽준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이전까지는 노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아예 무시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의외의 선거결과에 SK는 새 정부와의 관계개선이 필요했고, 특단의 창구로 최씨를 선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SK는 부산지역 사업가 이모(63)씨를 통해 최씨에게 선을 댔다. 대선 당시의 '결례'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앞으로 잘 봐달라"는 취지로 최씨에게 돈을 건넸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 경우 이 돈은 노 대통령의 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SK가 최씨 개인의 얼굴을 보고 준 돈은 아닌 것이 된다. 또 이 돈을 최씨가 개인적으로 썼다면 모를까 그 중 상당액을 최씨가 보관하고 있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돈인지 의혹이 제기될게 분명하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 최도술은 누구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폭탄선언'의 도화선이 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1년 후배로, 20여년 동안 보좌해온 최측근이다. 노 대통령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최씨는 20년 가까이 나를 보좌해왔다"며 "그의 행위에 대해 제가 모른다고 할 수 없고, 입이 열개라도 그에게 잘못이 있으면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해 그 관계를 짐작케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65년 부산의 한 사설독서실에서 맺어졌다. 부산상고 3학년이던 노 대통령이 독서실 총무였던 최씨와 시비를 벌이다 최씨에게 뺨을 맞고 책상 위에 올라가 최씨의 '횡포'를 성토하는 연설을 한 것이 계기였다. 당시 최씨는 그 연설이 논리정연해서 "변호사나 해먹으라"고 쏘아붙였고 노 대통령은 결국 변호사가 됐다. 84년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최씨는 변호사 생활을 하던 노 대통령을 만나 변호사 사무장과 지구당 사무국장 일을 맡게 됐다. 이 때부터 '노무현의 집사' 역할이 시작된 것이다.
최씨는 노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청와대의 살림을 책임지는 총무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으나 386그룹과 융화하지 못하고 따돌림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6개월 만에 최씨는 노 대통령의 지역구인 부산 북-강서을 출마를 이유로 사퇴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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