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수수하더군요."올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인 러시아가 '러시아―새 장(章)'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마련한 전시관을 살펴본 한 국내 출판인의 평이다. 좋게 말해 수수한 것이지 밋밋하거나 별 재미없다는 소리다. 독일 관계자와 함께 러시아관을 둘러본 한국문학번역원 관계자도 독일 사람의 말을 빌어 "러시아관의 전시가 입체적이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동유럽, 터키와 함께 프랑크푸르트 메세 타워 5홀 1층에 전시장을 마련, 홀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 러시아관은 말 그대로 전혀 인상적이지 못했다. 200개 가까운 출판사들이 부스를 마련해 책을 전시하고 있지만 책이 다양하지 못할 뿐더러, 전시 형식마저 천편일률이었다. 얼른 봐서 눈길을 끌만한 부스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러시아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자국 문화를 홍보할 좋은 기회라는 걸 알고 있기에 전시 동안 100명이 넘는 러시아 작가들이 참여하는 300가지 문화행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전시관이 특징이 없다면 갖은 문화행사의 효과 역시 반감될 수밖에 없다.
발길을 돌려 6홀 1층에 마련된 한국관. 자리부터 일본이나 중국, 대만, 인도 심지어 말레이시아에까지 밀려 출입구에서 가장 먼 곳이다. 그나마 2005년 주빈국 선정을 알리는 대형 조형물을 세워 언뜻 전체 모습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책을 전시한 부스를 살펴보면 약간 민망할 정도다. 문학, 어린이 책 위주여서 종류가 다양하지 못한 데다 부스 디자인, 전시 형식 등에 아무런 특징이 없다.
게다가 도서전 조직위원회의 배려로 한국관 뒤쪽에 350㎡ 규모로 마련한 한국문화 소개 공간은 청자 등 도자기와 한국 화가들의 그림, 한국 문학 관련 책들을 두루 전시했지만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기에는 너무 단조로웠다. 물론 이유가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전시에 쓸 수 있는 돈이 500만원 뿐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10년도 전에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으로 선정된 일본은 당시 돈으로 130억 원을 전시관 운영에 쏟아 부었다. 마침 한국관을 찾은 마에다 간지(前田完治) 일본서적출판협회 부회장은 "돈을 너무 쓰지 마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그런 투자가 있었기에 일본 출판은 반석 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연인원 30만 명이 찾는 2년 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러시아관을 또 본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출판계와 정부가 합심해서 투자하고 개선해야 할 일이 참 많다.
/프랑크푸르트=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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