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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서 돋보기]세계 수준의 한국 기업에 도전한다

입력
2003.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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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순, 수만트라 고샬 지음 21세기북스 발행· 1만 8,000원

외환위기가 한국 기업에 미친 가장 큰 영향 중의 하나는 글로벌 스탠더드, 즉 미국식 경영방식의 반 강제적 채택 강요다. 미국식(앵글로색슨식) 경영기법을 도입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믿음이 급격히 확산됐다. 그 저변에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뛰어난 앵글로색슨식 이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비(非) 앵글로색슨 기업이 앵글로색슨적 문화와 환경, 풍토에서 탄생한 경영기법을 가지고 앵글로색슨 기업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 저자들의 결론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앵글로색슨 경영기법이란 한국 기업을 위한 것은 아니다. 또 이 기법을 잘 받아들인다고 해도 거기에 적응하는 동안에 미국 기업의 경쟁력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다시 말해 끝없이 추격만 할 뿐 절대 세계 초일류 기업은 될 수가 없다. 저자의 말처럼, 골프를 배우려는 사람이 골프 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타이거 우즈가 사용하는 골프 채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과 같다.

이 같은 인식에서 비 앵글로색슨 기업이 어떻게 하면 세계 초일류가 될 수 있는가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 저자들은 우리 고유의 경영모델을 탐색한다. 그 핵심은 급진적인 경쟁력 상승이다. 점진적인 상승으로는 앞선 기업을 따라잡기가 불가능하다. 한꺼번에 건너뛰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최고 경영자(CEO)가 급격한 변화를 통해 획기적인 경쟁력 향상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CEO는 그만큼 중요하다.

거북이가 잠자지 않는 토끼를 이기려면 목적지는 같지만 토끼가 가는 길과는 다른, 하지만 더 빠른 길을 달려야 한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전략적 혁신이고, 일본 캐논의 복사기와 스웨덴 IKEA의 가구 등이 대표적 예이다. 특히 인력 감축을 통한 합리화 노력은 한국 기업이 아무리 애써도 여러 제도적 문화적 요인 탓에 서구 기업보다 잘 하기 힘들다. 따라서 비용을 절감해 선진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은 최근 감원 분위기와 맞물려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이와 함께 다양성과 통합성을 동시에 갖춘 조직, 새로운 역할과 임무에 대한 경영자의 자각을 강조하고 있다. 비앵글로색슨 국가인 한국과 인도 출신 저자들은 런던경영대학원 교수로 만나 공동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이 상 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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