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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람답게 아름답게

입력
2003.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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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직 지음 바다출판사 발행·8,800원

"난 꿈의 섬에서 왔어. 그곳엔 집 잃은 아이들이 살고 있지." "참 재미있는 곳이겠네." "하지만 좀 쓸쓸하기도 해. 여자애가 없거든." "왜 여자애가 없어?" "여자애는 똑똑해서 집을 잘 잃어버리지 않거든." 꿈의 섬도 남녀차별을 하나 싶어 화를 내려는데, 이유를 듣곤 재미있어진다. 동화 '피터팬'의 한 장면이다.

동화의 유쾌함과는 별개로, 이 세상에서 남녀 차별은 오래된 문제다. "옛날부터 남자는 강하다고, 경제권을 쥐고 있다고, 항상 여자보다 우월한 것처럼 행세해 온 것이 사실이다. 여자와 남자가 평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차병직(44·사진) 변호사가 피터팬과 웬디의 대화에서 붙잡은 것은 '인권 의식'이다.

'사람답게 아름답게'는 청소년을 위한 인권 이야기다. 저자 차씨는 인권운동연구소 운영위원,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 등으로 활동해왔다. 그는 50여 편의 우화와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사람답게 아름답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실마리를 준다.

R 르나르의 소설 '홍당무'에서 아버지는 아들 '홍당무'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홍당무야, 오늘 편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구나. 어째서 이 한겨울에 봄 이야기를 썼니? 글씨체도 보통과 다르고 행수도 다르다.' 홍당무의 답장. '아빠, 이해를 못하신 것 같은데, 그것은 시입니다.' 차병직씨가 보기에 홍당무가 발언한 것은 "인간 개인과 사회의 성숙과 변화를 위해 필요한 표현의 자유"이다. 한발은 보도를, 한발은 도랑을 밟고 걸으면서 "여긴 자유로운 나라잖아. 자기가 걷고 싶은 대로 걸으면 안된다는 법이 있어?"라고 말하는 '말괄량이 삐삐'의 주인공 삐삐에게서는 신체의 자유를, "난 1,200달러를 주고 네 몸과 영혼을 산 거야"라며 채찍을 휘두르는 주인을 향해 "제 영혼은 주인님의 것이 아닙니다. 영혼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입니다"라고 외치는 '톰 아저씨의 오두막'의 톰에게서는 양심의 자유를 짚는다.

차씨는 "인간의 존엄이든 인권이든, 그 어떤 것도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어려움을 다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계속 노력하는 가운데 각자의 마음이 세상을 도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 믿음에서 쓰여진 것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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