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0일 "재신임을 받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결정을 한 순간 망설임 없이 덥석 잡아챘다. "그렇다면 빨리 국민투표를 하자"는 것이다.최병렬 대표는 이날 "이제 대통령 재신임은 기정사실화 했다"고 못박고 "내년 4월 총선까지 시간을 끌면 심각한 국정혼란을 부를 수 있는 만큼 이른 시일 내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노 대통령을 압박했다. 최 대표는 또 "국민투표 말고 무슨 재신임 방법이 또 있느냐"며 "권영성 서울대 교수의 헌법학 책을 보니 법리상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고 덧붙였다.
홍사덕 총무도 "노 대통령이 말하는 재신임이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실시했던 국민투표 방식이라면 내년까지 갈 것 없이 연내에 하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국민투표는 적합치 않다는 노 대통령의 언급은 말이 안 된다"며 "노태우 전대통령이 공약했던 중간 평가도 국민투표로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이런 적극적 자세는 차후 노 대통령이 재신임 약속을 변질시키거나 흐지부지하지 못하게 하려는 차단막의 성격이 짙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치러지는 국민투표에는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당내에는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를 경계하는 신중론도 엄존하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최도술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비리의혹을 직접 사과한 사실을 들어 향후 야당에 대한 대대적 사정바람을 점치는 이가 적지 않다. 한 당직자는 "이렇게 해서 정치판이 쑥대밭이 되면 재신임 문제는 유실되고, 총선에서 신당 또는 무소속이 약진하는 토양이 만들어지지 않겠느냐"며 "최돈웅 의원이 받았다는 100억원 부터가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