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시대의 식기 세트는 어떤 것이었을까. 또 이를 나른 배는 어떤 구조이며 그릇을 운반할 때 어떻게 포장했을까. 최근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탐사·발굴한 전북 군산 앞바다 십이동파도 해저유물은 이런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줄 '보고(寶庫)'이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10일 십이동파도 해역 긴급탐사 결과 설명회에서 "1∼7일 조사 결과 이번 유물이 고려시대 생활사의 일면과 도자기 운송방식, 전통 한선(韓船)의 발달 과정을 밝혀낼 획기적 자료"라고 평가했다.유물은 해저 16m(만조시 20m) 지점의 동서 10m, 폭 6m 지역에서 집중 발견됐다. 현재까지 나온 유물은 조사단이 건져낸 667점 등 총 1,289점. 윤방언 해양유물전시관장은 "도자기들이 한 줄에 30점씩 켜켜이 쌓여 있었다"며 "더 많은 유물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번에 나온 것은 청자와 흑갈류 자기·도기, 회청색 도기 등 4종류. 도자기를 감정한 윤용이 명지대 교수는 "관청 등에서 국그릇과 밥그릇, 반찬접시나 찻잔 등으로 사용한 생활용 식기가 세트로 발견된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청자 제작 장소와 시기에 대해 "전남 해남군 산이면 진산리나 신덕리 가마터일 것으로 추정하고 제작 시기는 11세기 말∼12세기 초로 지금까지 나온 해저유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에 나온 청자는 왕실에서 사용한 1급품보다 질이 떨어지는 2·3급품이지만 대량으로 제작된 흔적이 보이고 상층민의 생활용구나 찻잔, 승려의 사리를 담는 용기 등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생활사를 조명할 중요한 단서라고 보았다.
지금까지 막연하게 추측한 도자기 포장방법을 최초로 확인한 것도 획기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1983년 완도에서도 배와 함께 유물이 발견되긴 했으나 포장방식은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짚이나 갈대 잎으로 보이는 재료를 도자기 사이에 끼우고 일정한 크기로 나무를 잘라 도자기 줄과 줄 사이에 쐐기를 박아 고정한 것 등을 확인했다.
또 도자기를 운반한 선박의 실체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고려시대 선박은 완도배(11세기)와 달리도배(14세기)로 아직까지 정확한 규모나 구조가 밝혀지지 않았다. 조사단은 "유물의 매장상태로 보아 선체는 전복되지 않고 바로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며 "구조가 밝혀질 경우 현재 공백 상태나 다름 없는 한선의 발달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고 기대를 표했다.
문화재청 최맹식 매장문화재과장은 "이달 중하순부터 20∼30일 정도 본격 발굴에 들어가 유물을 인양할 예정"이라며 "선체인양은 겨울철 작업이 어려워 내년 중 3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4일 선박 발견 반경 1㎞ 해역을 사적으로 가지정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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