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 중인 고강도의 '집값잡기' 대책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서울 강남 등 투기지역으로의 자금 유입을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낮추는 등 '돈줄'을 죄고, 보유세 양도세 등 '세금'을 대폭 올리는 방안이 핵심이다. 중장기적으로 강남의 교육수요를 분산하고 수도권 지역의 주택공급을 크게 늘리는 방안도 추진된다.김진표 경제부총리는 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부동산가격의 거품이 꺼지면 금융기관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건전성 감독차원에서 강남 아파트 등의 구입과 관련된 융자를 최대한 억제하겠다"며 "주택·토지를 많이 가진 사람의 부담이 늘어나도록 보유세 현실화 방안도 앞당겨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정부 대책은 돈줄을 죄고 세금을 대폭 올려 서울 강남에 집중되는 투기성 가수요를 차단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정부는 강남 등 투기지역의 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이미 50%로 낮춘 은행·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40%로 더 낮추고 은행별 주택담보대출 총량제, 지역별·평형별 대출 한도 차등화 등 비시장적 규제방안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 현재 0.1% 수준인 재산세 실효세율을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2005년부터 평균 0.3%로 현실화하되, 강남지역의 고가주택은 평균 0.8∼0.9%로 대폭 인상할 방침이다.
하지만 박 승 한국은행 총재는 "주택담보대출 총액한도 결정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유 권한이지만, 시장 기능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한은이 나서기 보다 건전성 감독 차원에서 금융감독원이 창구지도 형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정부와는 다른 시각을 보였다.
정부는 수요억제 위주의 단기대책이 매물 감소와 호가상승이라는 악순환만 불러온 점을 감안, 공급물량 확대와 교육여건 개선 등 중장기 대책도 병행할 방침이다.
따라서 임대주택 150만가구 공급 판교 파주 김포 등 수도권 신도시의 조기 분양 서울 강북 뉴타운 재개발 지원 등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들이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을 이해하면서도 금리인상 이외의 방법으로 돈줄을 죄겠다는 생각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금리인상이 물 건너간 마당에 주택담보대출 총량제한마저 시행하지 않을 경우 집값잡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시중에 넘쳐 나는 400조원의 부동자금이 집값 폭등의 근본 원인"이라며 "금리를 올리고 주택담보대출을 줄여 유동성을 흡수하는 대책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통제 불능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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