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저녁 베이징 하얏트호텔 대회의실에서 한국대사관 주최로 개천절 및 국군의 날 기념 리셉션이 열렸다. 내외국 귀빈 700여 명이 참석, 성황을 이룬 행사였다.중국측에서는 외교부를 대표해 차오중회(喬宗淮) 부부장(차관)이, 군을 대표해 슝광카이(熊光楷) 부참모장(합참 차장)이 참석했다. 미국과 일본 대사를 비롯한 외교사절, 전현직 한국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으나 중국의 고관들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얼마 전 주미 한국대사관이 워싱턴에서 주최한 국군의 날 및 개천절 리셉션에는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차관)이 미국측의 최고위 인사로 참석했다.
이를 보면서 우리의 고위 관리, 정치인, 심지어 전직 대통령까지 격을 무시한 채 주한 외국 공관 행사에 몰려다니는 행태가 떠올라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 주한 미국대사나 중국대사는 서울에서 거의 못 만나는 사람이 없지만 워싱턴이나 베이징의 우리 대사는 어디 그럴 수 있는가.
중국은 외국 공관 행사나 외교관 접촉을 격에 맞게 중앙에서 조절한다. 외국 공관 행사는 담당 부처 부부장이, 상대국 대사는 국장·부국장이, 참사관은 과장·처장이 상대한다. 장쩌민(江澤民)이 국가주석일 때 북한대사관을 찾은 적이 있지만 극히 예외적인 일로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격도 격이지만 이들을 대면하는 한국 고위 인사들의 호들갑은 더 문제이다. 베이징을 방문한 모 장관이 상대편 장관 대신 차관급을 만나고, 만찬 자리에서 공식대표가 '따꺼, 따꺼(大兄·형님)'하면서 중국이 아니면 한국이 굶어 죽을 것처럼 처신하는 것은 최소한의 품위 문제다. 작은 단추라도 제대로 꿰어야 평등호혜의 정상적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송대수 베이징 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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