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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대란 이렇게 뚫어라 / 기업인사담당자-대학생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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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대란 이렇게 뚫어라 / 기업인사담당자-대학생 좌담회

입력
2003.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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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최악의 실업난이다. 노동부가 최근 4,444개 기업을 대상으로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안에 채용계획이 없는 업체가 66.2%에 달했다. 채용이 있다 해도 77.5%가 퇴직자 충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힌 상황이다. 하지만 막상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본격적인 하반기 취업시즌을 맞아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들과 기업의 인사담당자 취업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취업대란을 어떻게 뚫을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편집자 주신정욱 지난해 휴학을 한 후 50여 개 회사에 이력서를 냈지만, 한 곳에만 채용됐습니다. 하지만 가고 싶었던 기업이 아니어서 취업하지 않았습니다.

이선희 상위권대 인기학과를 다니면 취업걱정이 없을 거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고려대의 경우 실제 취업률이 50% 정도입니다. 지난해 고대 법대를 졸업한 한 선배는 학점이 4.0이고 토익 점수도 높지만 아직까지 취업을 못하고 있습니다.

최승철 인사담당자 입장에서 볼 때 그 선배는 자신의 셀링 포인트를 찾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고대 법대를 다니며 어떤 능력을 키웠는지, 또 그 능력이 기업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보여주지 못했을 것입니다. 인사담당자가 기업과 구직자의 전공의 관련성을 찾지 못하면, 그 구직자가 취업을 해도 결국 몇 년 내에 퇴사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구직자는 자신의 어떤 능력이 기업이 요구하는 부분과 맞아떨어지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구직자들은 막연히 어학연수를 다녀온 것, 동아리 활동 등을 자기소개서에 나열해 놓으면 기업이 알아서 학벌도 좋고 영어점수도 좋은 나를 뽑아주겠지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에서는 수천통의 이력서를 봐야 하고 학벌과 영어점수가 좋은 구직자는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려면 이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으며, 앞으로 이 기업에 입사해 5년 후, 10년 후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정택 채용이 직무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구직자의 전문성이 중시됩니다. 학벌은 그 다음의 고려 사항입니다. 회사의 업무란 결국 문제해결 과정인데 학벌이 좋다고 원활히 문제를 해결해 갈 것이라는 사고는 낡은 것입니다.

황인태 대학에서 피부로 느끼는 실업난은 어떻습니까?

이선희 졸업생의 절반가량이 취업을 포기하고 대학원을 가거나 도서관으로 숨어들죠. 장기적 실업에 들어가는 겁니다. 어떤 학생들은 일주일씩 한 달씩 먹을 것, 입을 것을 싸 들고 도서관에 가서 숙식을 해결하기도 합니다.

박찬호 공인 영어점수가 없으면 입사원서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던데 기업은 왜 그렇게 영어를 중시하나요?

백복인 저희 회사의 경우 연간 200억원 정도의 수출을 하고 외국에 지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영어를 쓸 일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입사 시 토익점수가 750점 이상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때 얼마나 성실했느냐를 보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죠.

김형규 로레알은 신입사원 선발 때 영어 토론과 프리젠테이션을 합니다. 그러나 토익 등 공인 시험 점수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기업이 필요한 것은 영어 의사소통능력이지 점수가 아니기 때문이죠.

황인태 헬로잡 조사에 의하면 계약직으로라도 대기업에 근무하고 싶다고 밝힌 사람이 79.1%나 됐습니다. 구직자들의 대기업 선호가 지나치게 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찬호 1년 재수해서라도 가고싶은 기업에 가겠다는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많습니다. 150만원 주는 중소기업보다 100만원 주는 대기업을 선호합니다. 기업의 브랜드가 자신의 가치를 올려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신정욱 최근 지방대들은 학생 모집을 위해 졸업생 취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위권대학에는 그런 노력이 없습니다. 학생들이 먼저 대학에 필요한 것을 요구해야 할 때란 생각이 듭니다.

황인태 최근 정부에서 일자리 30만개 창출, 인턴제 확대방안을 실업대책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기업입장에서는 이런 대책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최승철 대학생들에게 직업교육의 기회를 주려는 의도에 찬성합니다. 대학의 8학기 중 2학기를 기업에서 원하는 능력배양 및 실습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구직자는 이를 통해 기업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정택 기업입장에서는 실무에 즉시 투입돼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신규 인력들의 취업기회가 줄어듭니다. 따라서 신규 구직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취업을 고집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회사에서 직무경험을 쌓는 것이 좋습니다. 직무경력을 쌓아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최승철 기업은 자신을 잘 PR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합니다. 인사담당자를 감동시키겠다는 정성으로 이력서를 내고, 면접에 임한다면 취업이 보다 쉬워질 것입니다. 특히 자기소개소 작성시 자신의 성장기나 가족관계 등을 판에 박힌 듯 쓰지 말았으면 합니다.

황인태 다들 취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분명 틈새가 있습니다. 인생의 목표가 명확하다면 중소기업, 대기업 구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구직자들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시행착오를 빠르게 고쳐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리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사진 최흥수기자

<참석자>

이선희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과 3학년

신정욱 고려대 노어노문학과4학년

박찬호 한양대 기계공학과 4학년

최승철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사기획팀 대리

김형규 로레알 인사부 대리

이정택 오리온 프리토레이 인사기획팀 과장

백복인 KT& G 인력관리국 과장

황인태 헬로잡 대표

■ 구직자 우선과제 설문

사상 최악의 취업대란을 극복하기 위해서 기업인사 담당자들은 '직무에 적합한 능력을 갖출 것'을, 구직자들은 '대기업 선호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채용정보업체 헬로잡은 9일 대기업 89개사의 인사담당자와 2,048명의 구직자를 대상으로 '취업대란, 구직자들이 가장 급선무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현재 정부가 청년실업 대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인턴제 활성화'에 대해서는 기업이나 구직자 모두 크게 비중을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장기간 구직자에 대해 기업 인사담당자 중 55%가 '취업준비기간이 긴 구직자는 능력이 떨어져 보인다'는 부정적 시각을 보였으며, 구직자의 57%도 '자신감 상실로 소외계층이 되기 쉽다'고 답했다.

결국 원하는 기업을 고집하며 오랜 기간 구직상태에 있는 것 보다는 취업이 가능한 기업에서 경력을 쌓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에 기업과 구직자 모두 동의하고 있다.

'학력과 전공, 외국어 모두 상위권임에도 취업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기업 인사담당자의 55%는 '학력과 전공, 외국어능력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절대기준이 아니다'라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의 인사담당자들은 "취업에 성공하려면 막연하게 어학이나 자격증 취득에 매달리기 보다는 원하는 기업과 직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모으고, 자신이 그 일에 적임자임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적극적인 구직활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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