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현(46)과 박성태(43). '가상 발굴 프로젝트'와 '그물 인간 조형'이란 고유의 작업 영역을 개척한 두 작가가 각각 네덜란드와 러시아에서 작품전을 열어 현지 미술계와 언론으로부터 '한국 현대미술의 힘을 보여주는 작업'으로 호평받고 있다.'그물 인간'의 작가 박성태씨는 9월17일부터 10월12일까지 모스크바 크로킨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벽면에는 손에 저마다 손가방이나 서류뭉치를 든 채 넥타이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바쁘게 걸어가는 비즈니스맨들의 모습을 조형한 알루미늄 그물망, 거기에 조명을 비추어 만들어낸 음영이 실제로 살아있는 인간 군상처럼 생생하다.
박씨는 2001년 표화랑에서 연 네 번째 개인전에서 그물 인간 설치작업을 처음 선보였다. 올해 5월 열린 시카고아트페어에 표화랑과 참가해 수많은 외국 미술관과 갤러리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모스크바 전시는 시카고에서 박씨의 작품을 본 크로킨 갤러리가 제의해 이뤄진 것. 말 사자 사슴 낙타 등 다양한 동물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동물' 시리즈와 '사랑' '관료제' 3가지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내 놓았다.
그 중 '관료제'는 자유화 이후 계속된 인플레이션 등 러시아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대상으로 한 작품으로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모스크바 타임즈는 "오브제와 그림자를 이용한 복합적 설치작업을 통해 인간 복제와 디지털 기술이 인류에 미치는 충격을 시사한다"고 평했다. 다른 언론도 러시아 미술계에 독특한 기법을 선보이는 한국 작가의 전시라고 관심을 표했다.
박씨는 서울대 회화과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수묵화는 물론 닥종이 그림, 동유화 등 다양한 한국화의 재료와 기법을 익혔지만 "그 소재와 표현방식의 한계에 늘 고심해왔다"고 그는 털어놓는다. 알루미늄 망 작업은 그러한 고심의 산물이었다. "우연히 집 모기장을 꿰매다가 방충망으로 쓰는 알루미늄 망으로 작업해 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망을 잘라낸 뒤 맨손으로 구부려 형태를 만들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봉 등 생활용품으로 형체의 구체적 윤곽을 완성했다.
이전에도 독재정권 시절의 억압 받은 사람들, 해외 입양되는 어린이들의 문제를 다룬 회화와 도자, 테라코타 작업에서 그의 주제는 언제나 인간의 문제였다. 그의 새로운 그물 인간 조형은 생명과 인간의 좌표, 그리고 문명을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보편적 미학을 획득했다는 평가다.
모스크바 전시를 끝내고 귀국한 박씨는 14∼28일 아트포럼 뉴게이트(02―737―9011)에서 여섯번째 개인전을 열어 신작을 선보인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