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죽으면 우리도 그리로 갈긴데 뭐가 문제고." 서울 등 전국의 지자체들이 대표적 혐오시설인 화장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님비(NIMBY)'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울산시가 3년에 걸쳐 주민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이를 해결했다.울산시는 지난 2000년 9월 묘지공원으로 도시계획시설 결정만 해놓고 주민 반대로 놀려뒀던 울주군 삼동면 조일리 일대 1만5,000평에 화장로와 납골당, 장례식장 등 종합장사시설을 2007년까지 건립키로 최종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결정은 삼동면 지역 15개 자연부락의 741세대(1,900여명) 가운데 61%인 446세대가 유치신청서에 서명하고 30%가 넘는 나머지 주민들이 묵시적 동의를 해 가능했다.
울산의 낙후지역 가운데 하나로 전형적인 농촌인 삼동면은 집성촌인 까닭에 님비의 벽이 높았던 곳. "대대로 이어온 고향을 화장터로 내줄 수 없다" "유치할 게 없어 화장장을 들여오냐" 는 등의 반대정서가 팽배했다.
삼동면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시는 2001년 1월 5개 구·군을 대상으로 예산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200억원 가량)를 약속하고 유치공모를 제안했다.
당시 최연소 단체장이었던 조승수(41)씨가 구정을 맡고 있던 북구가 적극적인 유치의사를 표명, 현지 주민의 동의까지 받아냈으나 전국 최초로 화장장유치에 대한 주민찬반투표가 실시되는 사태로 비화, 결국 무산됐다. 이어 2002년 1월 울주군 두북향토보존회가 화장장유치를 신청해 문제가 해결되는 듯 했으나 현지 조사결과 국토이용관리법상 부적합 판정을 받아 실패했으며, 같은 해 2월 동구가 기존 화장장을 인근 지역으로 이설, 확장하려다 구 의회의 강한 반대로 역시 무산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삼동면 주민들에 대한 설득을 게을리 하지 않던 시는 올들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 직원이 달라붙어 집집마다 찾아가 당위성을 호소했다. 직원들은 "울산 62개 읍·면·동 가운데 가장 낙후한 이곳을 발전시키려면 화장장 유치가 최선"이라는 논리를 전개하며 경기 수원 등 타 도시 최신 장묘시설에 대한 견학활동도 펼쳤다.
"주민들끼리 모여 상의라도 해 달라"는 직원들의 집요함에 주민들은 수십 여 차례의 자체 문중회의와 마을회의를 거쳐 결국 '실리'를 택하기로 했다.
시는 지역 주민들에 대해 시 예산 120억원 등 모두 200억원을 지원하고 장례시설 운영권도 주민에게 넘겨 연간 20억원 이상의 수익을 돌려줄 방침이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시가 약속한 각종 지원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해 님비현상을 주민 스스로 극복한 모범 사례로 남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