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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변보경 코오롱정보통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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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변보경 코오롱정보통신 사장

입력
2003.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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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정보통신 변보경(卞普經) 사장은 인터뷰에 응하면서 특별한 주문을 했다. '최고경영자(CEO) 변보경'이 아닌 '코오롱정보통신의 변보경'에 초점을 맞춰달라는 것이었다. CEO란 개인적 생각이나 성향이 아니라 오로지 회사의 업무성과로 평가 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다. 사실 변 사장은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스타성'이 있는 CEO다. KS(경기고-서울대) 출신으로 일찌감치 한국IBM에 입사, 40대에 이미 LG-IBM 사장까지 지냈다. 세계 최고의 다국적 기업(IBM)과 국내외 합작기업(LG-IBM), 그리고 토종 IT기업(코오롱정보통신)까지 두루 경영을 맡은 보기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소위 '틀'도 좋고, 달변에 영어실력도 뛰어나다. 이런 개인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가 '코오롱정보통신 CEO'임을 강조한 데에는 이 회사 사장 부임 후 스스로 일궈놓은 경영성과와 미래비전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는 듯했다.

지난해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권유를 받아들여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 변 사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명색이 IT회사가 사옥은 마치 창고건물 같았지요. 도저히 고객을 부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임원들은 임원들대로, 직원들은 직원들대로 '우리가 뭘 하겠냐' '그저 편하게 회사 다니다 나중에 옮기면 되지'란 식의 타성에 젖어 있었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정말 회사이름 빼고는 모든 것을 다 바꿨습니다."

구조조정은 인력과 사업부문 두 갈래로 진행됐다. 우선 인력·조직구조조정을 위해 이 회장의 양해 하에 그룹과는 별도의 인사시스템을 구축했다. 350명이던 인력은 220명으로 줄이고 남은 인력은 조직개편에 따라 전면 재배치했다.

10단계나 되던 결재라인을 4단계(직원-팀장-임원-사장)로 축소했다. 연공서열제와 호봉제도 다 없앤 대신, 임직원 개별적으로 연봉제와 성과보상제를 도입했다. "일 잘하는 사람과 일 못하는 사람을 철저하게 구분했지요. 그저 편하게 직장생활을 하려는 사람들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도록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사업구조조정은 철저한 수익성 위주로 진행됐다. 교환기 및 복사기 등 한계사업에서 철수 및 분사하고, 솔루션 서비스쪽에 역량을 집중했다. 사업부별로 엄격한 독립채산제도 도입했다. 등촌동에 있던 사옥도 올해 초 IT환경이 좋은 삼성동으로 옮겼다.

성과는 예상외로 빨리 왔다.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1,216억원에서 올 상반기 1,309억원으로 소폭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28억원 적자에서 10억원 흑자로 반전됐다. 이 추세라면 올해 30억원 흑자는 무난하리란 전망이다. "사업구조를 수익성 위주로 재편한 결과입니다. 업계가 과당경쟁으로 저가수주를 남발하고 있지만 우리 회사는 매출규모만 늘리는 식의 수주는 결코 하지 않을 겁니다."

코오롱정보통신은 지난달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을 초청, 기업설명회(IR)를 개최했다.

2001년 코스닥 등록 이후 사실상 첫 IR이었다. "지금까지는 IR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미래 청사진도 없는데 투자하라고 하는 것은 거짓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지요. 이번에 IR을 마련한 것은 1년 여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이젠 자신 있게 보여줄 것이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그를 지켜본 회사 임직원들은 변 사장을 '일 중독자(workaholic)'라고 부른다. 그도 스스로를 '일을 시작하면 반드시 그 일에 미치는 성격', '미칠 것 같지 않은 일은 아예 시작도 않는 성격'이라고 했다.

꼭 성격때문이 아니더라도 CEO이니까 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회사에서 월급이 가장 많은 사람은 CEO입니다. 월급 많이 받는 사람이 일도 많이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구조조정도 일단락됐고, 흑자전환도 조기 실현된 만큼 변 사장도 다소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미래의 새로운 사업방향에 골몰해온 그는 '교육서비스'를 화두로 잡았다. 코오롱정보통신이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1,300여개 국내 사업파트너들을 중심으로 IT관련 교육 및 컨설팅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보안 솔루션 서비스도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2005년까지는 우리 회사가 국내 5대 IT업체의 하나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나중에 CEO 자리에서 내려올 때 '정말 후회 없이 일했다'는 스스로의 평가를 받고 싶을 따름입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 변보경 사장은 누구

▲ 1953년 서울 출생

▲ 경기고, 서울대 공대 졸업

▲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와튼 스쿨 MBA

▲ 79년 한국IBM 입사

▲ 한국IBM 기획조정실장, 경영동반자 사업본부장, PC사업 본부장

▲ 2000년 LG-IBM 대표이사 사장

▲ 2002년 코오롱정보통신 대표이사 사장

▲ 좌우명: 가까울수록 예의를 지켜라(선친이 남긴 말) 당당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대접받자.

▲ 최근 인상깊게 읽은 책: 밥 버포드(Bob Buford)가 지은 '하프타임(Halftime)' 인생의 전·후반사이, 즉 하프타임에 살고 있는 40∼50대에게 특히 권할만한 책

▲ 건강유지비결: 매일 아침 헬스, 최근엔 단전호흡을 시작했다.

● 코오롱정보통신 어떤 회사

1990년 설립된 시스템통합(SI) 업체. 시스템 인프라 구축을 포함한 정보기술(IT)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솔루션을 직접 개발해 판매하는 다른 SI업체들과는 달리, IBM SUN 3Com 오라클 HP EMC 등 20여개의 세계적 IT기업들이 만든 제품을 국내 1,300여개 업체에 보급·설치·교육하는 '솔루션 유통'쪽에 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울러 중소형 솔루션 업체들을 인수 합병함으로써 자체 개발에 따른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독특한 영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만성적 적자에 시달려 왔으나 변 사장 취임이후 강력한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1년 반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부채비율은 92.5%, 차입금 의존도도 49%에 머무는 등 재무구조도 안정을 다졌다.

올해 예상성적은 2,700억원 매출에 30억원 영업이익. 내년엔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3,500억원, 105억으로 끌어올리고 2005년엔 4,500억원 매출에 225억 영업이익을 실현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국내 최정상급 IT업체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코오롱 그룹내에서도 차세대 주력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2001년 코스닥에 등록됐다.

● 나의 경영철학

변 사장의 경영철학은 '인재 경영'이다. 역량과 자질을 갖춘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영자의 과제란 것이다.

그는 인재의 유형을 4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인재(人災). 말만 많고 일만 벌리고 마무리와 책임은 지지 않는, 그래서 회사에 재앙을 가져오는 유형이다. 이런 사람은 하루 빨리 솎아내야 한다.

둘째는 인재(人在). 말 그대로 그냥 회사에 존재만 하는 사람들이다. 도움은 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해도 미치지 않는 유형이다.

셋째는 인재(人材). 통상 학벌과 재능 위주로 판단되는 전통적 의미의 인재다. 변 사장은 그러나 이런 유형은 어디까지나 '잠재성' 차원의 인재일 뿐 실질적 업무성과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변 사장이 가장 선호하는 유형은 인재(人財), 즉 회사에 돈을 벌어주는 사람이다. 남자든 여자든 프로정신을 갖고 자신감과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함으로써 회사에 수익을 안겨주는 사람이야말로 회사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인재란 얘기다. 일하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 사람을 철저히 차별화함으로써 인재(人災)들을 도태시키고, 그냥 편하게만 회사생활하려는 인재(人在)나 잠재력을 갖춘 인재(人材)를 인재(人財)로 키우는 것이야말로 경영진의 임무다.

변 사장은 "인재경영을 위해선 직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위임 받는 권한만큼 결과에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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