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문화재청 주변이 어수선하다. 국회 국감에 '조작'된 자료를 제출하여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더니(본지 9월25일자), 급기야 예능보유자가 수뢰죄로 구속되는 사건도 터졌다. 왜 이런 한심한 일들이 터져 나오고 있을까.의식주, 음악, 무용, 놀이, 의례 등을 무형문화라 부른다. 민족문화의 원형질로 문화콘텐츠가 부각되는 시대에 무형문화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하는 문화원형사업의 상당부분도 무형문화이다. 그런데 정책의 눈높이가 뒤떨어져 한치 앞을 못 본다. 관제적 관속(官俗)에 매몰되어 민의 민속(民俗)은 안중에 없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습성에 안주하며 시민사회의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문화원형을 법고창신하여 문화적 무기로 전면 활용해야 할 판국에 '국가문화권력적 보수주의'에 발목 잡혀있다. 문화재 지정과정 자체가 논란거리가 된지 오래이며, 분류체계의 작의성, 전승 시스템의 불안정성 등 문제점이 산재한 마당에 임기응변으로 일관한다. 자료조작과 수뢰사건 등은 전혀 별개 사안이지만 사실 그 파행성의 뿌리는 비슷하다. 문화재청을 정점으로 한 국가문화권력, 기예능보유자 중심의 문화권력과 일반 문화예술인, 그리고 전문가집단, 시민사회단체의 역학관계가 균등하게 정립되어있질 못하기 때문이다.
기예능보유자들은 '본의 아니게' 문화권력으로 귀결되었다. 문화권력이 아니라면 이번처럼 뇌물사건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반면에 수많은 이수자·전수조교 등은 생존의 절박함에 내몰린다. 보유자나 단체의 여건도 종목마다 다른데 정책은 획일적이다. 그래서 민원, 투서, 성명서 따위가 일상적으로 반복된다. 혼란이다. 문화재위원회도 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위원 선임에 사회적 공감대는 배제되고, 주도권을 쥔 관료들의 밀실행정으로 '임의' 결정되기 때문이다.책임진 몇몇 관료들은 보신주의에 빠져 변화를 두려워하며, '덮어두기'로 일관하며 사회개혁적 요구에 교묘하게 저항한다. 국감자료에서 '입맛'에 덜 맞는 내용들을 구구절절이 여러 핑계를 대면서 잘라낼 수밖에 없었던 '원초적 이유'가 거기에 있다.
백년대계를 생각하며 관속에서 민속으로 되돌려줄 방도는 없을까. 시민사회의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하며 자기 변화 의지도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이는 바, 문광부장관께서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결국은 시민사회가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으니, 명색이 '참여와 개혁의 정부'에서 이 얼마나 그릇된 일인가.
주 강 현 한국민속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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