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근육질 배우에서 미국 내 최대 주(州)를 이끄는 주지사로."7일 실시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주지사 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아놀드 슈워제네거(56)는 '터미네이터'라는 한 마디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적 스타다.
1947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21살 때 단돈 20달러를 갖고 미국으로 건너가 83년에 미국 시민권을 얻은 이민 1세대다. 할리우드 데뷔 전 그는 세계대회를 13차례나 석권한 유능한 보디빌더였다.
1970년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고 '뉴욕의 헤라클레스'라는 작품에서 단역으로 데뷔했지만 "우락부락한 몸만 앞세운 형편없는 연기"등의 혹평을 받는 등 배우로서는 별로 인정 받지 못했다. 좌절한 슈워제네거는 슈페리어 위스콘신 대학에 입학해 경영학과 국제경제학을 공부하며(1979년 졸업) 틈틈이 기회를 엿보았다.
마침내 그의 이름을 성공적으로 알린 작품은 1982년 작인 '코난'. 그 이후는 탄탄대로였다. '코만도' '터미네이터' '프레데터' '토탈 리콜' '유치원에 간 사나이' '트윈스' '트루 라이즈'등 수많은 히트작에 출연했고, 최근에는 영화제작자와 사업가로도 명성을 떨쳤다. 선거 기간에 공개된 재산 내역에 따르면 그는 부동산 사업 등으로 현금만 3억 달러(3,600억원)를 보유한 거부다.
할리우드에서는 최고의 성공을 이뤄낸 스타지만, 그가 8월6일 한 TV 토크쇼에서 출마를 선언했을 때 각국 언론과 반대파들은 "정치는 근육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머리는 얼마든지 빌릴 수 있다"며 막강한 재력을 이용해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과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을 영입하는 등 공격적인 선거운동을 펼쳤다. 미 언론들은 그의 당선 포인트를 이 같은 자신감이 정치에 염증을 느낀 대중에게 신선한 희망을 주었고, 무엇보다 아버지의 나치 활동 전력, 독일어 억양이 섞인 어색한 영어 발음, 배우 시절 성 추행 스캔들 등 약점들을 잘 방어해 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가버네이터'(governater·주지사인 governor와 터미네이터의 합성어)를 만든 1등 공신은 정치 명문 케네디가 출신인 아내 마리아 슈라이버(47)가 꼽힌다. 슈라이버의 어머니가 바로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의 여동생이다. 슈라이버의 외삼촌인 테드 케네디는 현재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고 외사촌 패트릭 캐네디는 로드아일랜드 출신 하원의원이다. 슈라이버는 이번에 NBC 방송 앵커직을 휴직하면서까지 선거 지원에 발벗고 나서 스캔들과 집안의 냉대 등에 대해 남편의 든든한 방패막이 돼 주었다. 둘은 77년 취재원과 기자로 처음 만나 86년 결혼, 2남 2녀를 두고 있다. 7일 오스트리아에서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인물은 모차르트가 아니라 슈워제네거"라며 그의 당선을 축하했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여전히 그의 능력을 의심하며 380억 달러나 되는 주 재정 적자 공화당 내 보수진영과의 마찰 가능성 등 때문에 주법에 따라 취임 6개월 이후 또다시 소환 선거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외국 출생이어서 현행 미 헌법 하에선 대통령 출마자격이 없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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