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10월 중 콜금리 결정을 앞두고 금리 인상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 "금리인상만이 집값을 잡을 유일한 해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가 하면 한은 현역 과장이 사내 게시판을 통해 공개적으로 집값 급등의 '주범'으로 저금리를 지목하며 한은의 공식 입장과는 다른 금리인상 주장을 내세웠다.경제전문가와 일반 국민들 사이에도 집값 폭등이 경제구조 왜곡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는 상태에서 경기침체를 이유로 금리정책의 손발을 묶는 것은 직무유기이며, 금리를 조금이라도 올려 시장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한은은 그러나 "부동산 버블은 금리 탓이라기 보다 교육 제도와 부동산 정책 잘못, 생활 환경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금통위의 회의결과가 주목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8일 현재의 한국경제를'중남미형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급등)'의 직전 단계라고 진단한 뒤 "파격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과잉유동성을 흡수하는 것만이 부동산 버블 위기를 막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무리 강도 높은 행정규제를 백화점 식으로 총동원한들 이미 고삐가 풀린 부동산 값을 잡는 데는 역부족"이라며 "콜금리 인상이라는 정공법을 택하더라도 단순 경고 차원이 아니라 1% 포인트 이상의 파격적이면서도 실효성 있는 충격요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현재 상태라면 1∼2년 안에 강남지역 아파트값은 평당 3,000만원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집값을 잡지 못하면 물가인상이 각 분야로 파급되면서 한국경제는 한동안 중남미형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리다가 한꺼번에 버블이 꺼지면서 일본식 장기 디플레이션(자산가치하락) 상태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은 연수원 강훈구 과장도 7일 사내 게시판에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부동산 가격 급등의 원인은 정책 당국이 균형 수준 이하의 저금리를 장기간 지속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 당국이 가계대출 급증을 금융기관만의 문제로 돌려 창구 지도를 통해 억제하고 강남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기 위해 각종 건설 규제를 강화한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또 "가계 대출 부실화와 부동산 담보 가치 하락, 금융기관 부실화 가능성 등을 이유로 금리 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부동산 거품이 심화할 경우 금융불안정 문제가 더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 승 한은 총재는 "금리 결정이 부동산과 같은 특정 변수에 좌우될 수는 없으며 물가와 경기, 실업, 국내외 경제 환경 등이 더 중요한 변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거시경제팀장도 "금리는 부동산대책에 있어서 조연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금리를 내려 경기를 떠받쳐야 할 상황에 금리를 올리자는 것은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겠다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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