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핵심 실세인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에게 수천만원을 주었다는 관광레저업체 간부의 말이 담긴 녹취록을 검찰이 확보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았다니 이 무슨 얘기인가. 이 실장에게 지난해 대선 전 수천만원을 수표로 건넸다는 전 썬앤문 부회장 김성래(여)씨의 녹취록이 한국일보 보도(6일자 A8면)로 알려진 후 나온 검찰의 해명과 태도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너무도 많아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지난 4월 김씨의 농협 사기대출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녹취록을 입수한 담당 검사는 김씨를 추궁했으나 별 신통한 대답을 못들었고, 이 부분은 수사의 포커스도 아니어서 그냥 넘어갔다고 한다. 김씨가 무슨 목적을 갖고 자기 말을 녹음한 것도 아니고, 사기 대출을 주도한 것으로 몰릴 것을 우려한 부하 직원이 김씨 몰래 녹음 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검찰의 해명은 납득하기 힘들다.
녹취록의 존재를 상부에 보고 하지 않았다는 대목도 궁색하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등장만 해도 보고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 아닌가. 김씨를 고발한 썬앤문 회장은 대통령의 고교 후배이기도 하다. 이렇게 얽힌 사건인데도 보고하지 않았다면 이상하고, 보고받고도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더 수상하다.
검찰은 녹취록이 알려지자 뒤늦게 김씨가 지난해 6월 이 실장에게 수백만원을 용돈조로 주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직무와 관련이 없다고 보고 이 실장을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송광수 검찰총장도 7일 "새 단서가 없어 수사 계획이 없다"고 했다는데 이래가지고는 의혹이 부풀려질 것을 왜 모르는가. 검찰은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 안희정씨가 나라종금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건도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수사를 미루다가 낭패를 본 일을 벌써 잊어서는 안 된다. 검찰은 이 실장 조사 의지부터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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