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1시 인천 중구 운서동 영종도 공항신도시 아파트단지 상가. 10월말 입점 또는 개업을 알리는 현수막과 플래카드가 7, 8층 건물 정면에 내걸린 채 바람에 날리고 있다. 병원 개원, 음식점 개점, 상가 오픈….바로 옆에서는 한 상가가 개점을 기념, 한창 홍보 행사를 하고 있다. 흥겨운 댄스음악에 맞춰 무대복을 입은 도우미들이 멋진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오늘은 특별 세일"이라는 말에 주민들은 물건 고르기에 여념이 없다. 과일을 사러 나온 주부 김덕희(35)씨는 "특별 할인 등 개점 행사를 하는 상가나 음식점이 요즘은 한달에 서너 군데씩 된다"고 귀띔했다.
인천 영종도가 송도, 청라지구와 함께 국내 첫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뒤 인천공항신도시가 급부상하고 있다. 빈약한 생활·기반시설 때문에 아파트가 텅 빈 '죽은 도시'였으나 최근 주민이 늘고 상가, 점포가 문을 여는 등 활기를 띠고 있다.
급등하는 아파트 가격
인천국제공항 배후지역으로 개발되고 있는 공항신도시(70만평)에는 4만6,000여 가구가 들어서 있다. 쾌적한 환경과 넓은 녹지공간에도 불구하고 본격 입주 1년이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입주율이 50%에 머물렀다. 교통이 불편하고 편의시설이 부족하며 공항고속도로 통행료까지 비싸 적막하고 황량한 소외된 신도시였다.
그런 신도시에 명암이 바뀐 것은 8월5일 영종도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부터. 개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잠자는 듯하던 신도시가 활기를 띠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가장 큰 변화는 수직 상승한 아파트값. K아파트 32평형의 경우 자유구역 지정 직전보다 5,000만원이 오른 2억3,000만∼2억4,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올해 초에 비해 30∼40%나 올랐다.
치솟은 가격 때문에 이사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날 정도다. 공항 주변으로 이사하기 위해 지난주말 이곳을 찾은 박모(38·경기 안양시)씨는 "4개월 전만해도 32평형이 1억6,000만원이었는데 서울 강남도 아닌 곳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까지 뛸 수 있나"라며 아쉬워했다.
북적이는 상가, 늘어나는 전입 인구
텅빈 상가와 저조한 입주율로 썰렁하기만 했던 신도시 전경도 크게 바뀌었다. 7월까지만 해도 분양, 임대가 전혀 안됐던 중앙로 일대 상가건물 10곳은 최근 점포 계약률이 60%를 웃돌고 있다. 중앙로 부근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45·여)씨는 "최근 대형 슈퍼마켓 4곳이 문 열었고, 음식점은 봄보다 20여곳이나 더 생겼다"고 말했다.
주부 박미순(35)씨는 "3월만해도 슈퍼마켓 등이 태부족, 서울 등에 비해 육류 채소 등이 20% 정도 비쌌으나 가게가 늘어나면서 지금은 값이 엇비슷하다"고 좋아했다.
한 집 건너 빈 집이었던 아파트 단지도 이제 빈 집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도 많아졌고 밤이면 아파트가 환한 불을 밝히면서 온기가 느껴진다. 운서동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3월 상주인구가 7,000명에 불과했으나 9월말 현재 1만명을 넘어서고 있다"며 "갈수록 전입 인구 증가율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불편 여전, 거품 논란
신도시 주민으로부터 가장 큰 원성을 들어온 공항고속도로 통행료는 7월1일부터 주민에 한해 50% 인하됐지만 그래도 3,200원이나 된다. 주민들은 섬과 육지를 잇는 유일한 도로를 막고 돈을 받는 행위 자체를 아직도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편의시설이 아직 부족하고 버스 노선 등 교통 불편도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갑자기 도시가 꿈틀거리는 것을 두고 투기꾼의 농간설, 거품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2개월 전 전세로 입주한 주부 박모(35)씨는 "상가 분양이 활기를 띠고는 있지만 문화·편의시설은 아직도 태부족"이라며 "그런데도 일산에 버금갈 정도로 집값이 뛴 것은 전문 투기 세력 때문" 이라고 단정했다. 회사원 김모(36)씨도 "전세가가 매매가의 30%도 안되는 것은 집값이 많이 부풀려졌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도시개발본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영종도 경제자유구역이 본격 개발되고 인천공항철도 1단계 공사가 2005년 말 완공되면 거품 논란도 해소되고 공항배후도시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사진=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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