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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관중을 모으는 "마술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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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관중을 모으는 "마술 공"

입력
2003.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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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정규시즌 관중수가 지난해보다 약 14% 늘었다. 올 시즌 유달리 주말에 많이 내렸던 비만 없었다면 목표관중 300만 명을 충분히 달성했을지도 모른다.월드컵으로 인해 지난해 프로야구 관중이 워낙 적었던 게 증가율에 반영된 점은 있겠지만 시즌 막판 한산했을 경기장을 외야석부터 채웠던 이승엽의 홈런도 분명 일조를 했다.

지난 한 주는 야구 팬뿐만 아니라 평소 야구장을 찾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이승엽의 56호 홈런이 단연 화제였다. 아시아 홈런신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던 일본의 언론도 여기에 주목했는데 기록경신여부와 함께 56호 홈런 공의 가격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사실 외야석에 포진했던 잠자리채 부대도 기록경신보다 그 볼의 가격에 더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있었다. 1998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크 맥과이어가 메이저리그 홈런신기록에 도전했을 때도 잠자리채만 없었을 뿐이지 외야석 암표가격이 급등했었고 홈런 볼 가격을 놓고 100만 달러 이상이라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또 맥과이어가 쳤던 신기록 볼을 주운 사람이 구단에 기증은 했다지만 한동안 그 볼이 얼마짜리냐를 놓고 떠들썩했던 것도 다를 바 없다.

그 해 메이저리그 관중은 전년보다 721만 명이 증가한 7,037만 명을 기록했고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던 미국프로야구가 기사회생해 붐이 다음해까지 이어진 데는 사상최고의 볼 가격도 일조했을 지 모른다.

메이저리그에서 맥과이어의 홈런 신기록달성 이전에 가장 비쌌던 공은 '무키 볼'로 알려져 있다. 1986년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뉴욕 메츠의 무키가 친 공으로 보스턴 레드삭스 1루수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가 메츠의 승리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는 인정을 받아 9만4,000달러짜리로 평가되었다.

경매에 나왔던 볼 중 홈런과 사연이 있는 볼로는 행크 아론이 715호 홈런을 쳤던 경기에 사용되었던 시합구가 가격 3위를 기록했는데 당시 가격으로 5,000달러였다고 한다. 그러다 1998년 맥과이어의 홈런 신기록이 터지면서 '의미 있는 볼'의 가격이 폭등했다고 볼 수 있다.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의 경쟁을 연상케 했던 이승엽과 심정수의 홈런레이스를 두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이제 다시는 보지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올 해 프로야구는 이승엽과 그의 세계 최연소 300호 홈런볼을 구입한 기업가에 의해 한국 프로야구사에 '1억원짜리' 야구공이라는 새 장을 연 의미있는 시즌을 기록했다. 이승엽이 없더라도 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모을 의미있는 공이 계속해서 나오길 기대한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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