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 만들기' 열풍이 식지 않고 있다. 김대중(41) 교보증권 상계지점장이 7월초에 출간한 '나의 꿈 10억 만들기'는 6일 현재 교보문고 경제경영서 부문 5위에 올라있다. 재테크 전문기관 중앙이아이피의 박낙규(35) 전문위원이 진행하는 '10억원 만들기' 무료특강에도 수강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9월초 출간된 부동산 전문기자 전영수(32)씨의 '부동산으로 10억 만들기'도 출간 한 달 만에 교보문고 경제경영서 부문 6위에 올랐다. 이들 10억원 만들기 전문가 세 사람이 최근 한국일보 인터뷰실에서 만나 '10억원 만들기'에 대한 철학과 노하우를 이야기했다.김대중=경제서는 1만부만 팔려도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하는데 제 책은 광고 없이 5만부가 팔렸으니, 일단 기분은 좋습니다. '결국 10억원 번 사람은 책의 저자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저는 이렇게 반문합니다. '그런 회의적인 시각으로는 평생 10억원을 못 모을 것'이라고.
박낙규=맞습니다. 저도 한 달에 한번 재테크 무료특강을 여는데 수강생의 80% 정도가 강남 주부들과 전문직 종사자들이에요. 한국사회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부를 축적했다고 하는 그들이 하나의 정보라도 더 얻으려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죠. 부자는 돈을 모을 수밖에 없는 원칙과 생활습관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전영수=문제는 10억원을 어떻게 모으느냐는 것인데, 제가 수없이 만난 증권가 거부들의 대부분이 부동산 투자로 성공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부동산이 가장 손쉬운 재테크 수단인 셈이죠. 그러나 부동산은 워낙 투자단위가 큰데다 전문용어가 많아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또한 부동산 거품이 빠진 일본의 경우처럼 자칫 막차를 탈 위험도 높고요.
김대중=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쌓이는 그래프는 직선이 아닌 커브를 그린다는 겁니다. 빌 게이츠도 매일 100만원씩 모아서 거부가 된 게 아닙니다. 저축을 해서 종자돈을 만든 후에야 재테크 곡선은 투자를 통해 급격한 커브를 그릴 수 있습니다. 종자돈이 마련되면 다음 단계는 '내 집 마련'입니다. 주가는 떨어지면 손해지만, 부동산은 평수를 줄이면 됩니다. 다만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을 경우 자기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금융비용 범위 내에서 해야 합니다.
박낙규=공감합니다. 저는 구체적으로 1억원부터 모으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지금 3,000만원밖에 없는 사람한테 10억원은 공허하게 들리거든요. 금융 및 실물자산을 포함해서 10억원을 가진 가구는 전국에 20만 가구에 불과합니다. 수중에 1억원 이상이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는 정말 엄청납니다. 이러한 1억원 종자돈을 마련하기 위한 금융상품으로는 장기주택마련저축을 추천합니다.
전영수=부동산 투자를 할 경우 자기 성향부터 정확히 알고 시작해야 합니다. 1억원이 많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강남에 투자하면 버틸 수가 없습니다. 또한 오를 게 틀림없는 부동산이라면 '무릎에서 사서'(웃돈을 주고라도) '어깨에서 파는'(약간 손해보고) 것이 옳은 방법입니다.
김대중=그 얘기는 주식과 똑 같은 개념이네요. 발바닥에서 사서 상투에서 팔면 가장 큰 이득을 보지만,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죠. 이왕 주식 얘기가 나왔으니 주식투자에 관한 한 부자와 가난뱅이의 차이를 말해드릴까요? 부자는 주식 종목이 괜찮은지 물어봅니다. 그러나 가난뱅이는 싼 종목부터 물어보죠. 또한 부자는 장기투자를 하는데, 가난뱅이는 10% 오르면 팔고 싶어 견디질 못하다가도 10% 빠지면 끝내 안 팔죠.
박낙규=그렇습니다. 결국 10억원 만들기는 내 집과 종자돈 마련 후에 적절한 금융상품이나 부동산, 주식 투자를 병행하면 충분히 가능한 것이고, 문제는 부자가 되기 위한 자신의 생각부터 변화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월급의 50%를 저축하라'는 어쩌면 가장 진부한 말이지만 가장 진실된 말이기도 합니다. 저축을 하더라도 소득공제 상품을 골라 가입하는 식으로 생활습관이 바뀌어야 합니다.
전영수=부자에 관한 동서고금의 잠언은 지금도 유효한 셈입니다.
김대중=제가 10억원을 모았는지는 밝힐 수 없지만,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돈에 관한 철학과 감성지수를 높여 남들로부터 존경 받는 부자가 되면 좋겠습니다.
/정리=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김대중, 박낙규, 전영수씨가 밝힌 '10억원 만들기' 전략은 한마디로 '종자돈→투자→목돈'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라는 것. 그러나 각각의 전문 분야(김대중=주식, 전영수=부동산, 박낙규=부동산·금융)에 따라 구체적인 전술은 약간씩 차이가 있다.
김씨는 부자가 되기 위한 단계별 전술로 '45세까지 10억원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라'→'남은 인생에 필요한 자금 스케줄을 짜라'→'나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라'→'승부를 걸 곳을 선택하고 집중하라'→'단기목표로 세분화하라' 등을 꼽았다. "종자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신용카드부터 찢고, 저금리시대에 이자 대신 세금이라도 따 먹으면서, 미리 연금에 가입해 노후를 대비하라"는 말도 귀담아 들을만하다.
김씨는 또한 "부동산을 빼면 10억원 만들기는 힘들기 때문에 내 집 마련이 재테크의 필수조건"이라고 전제한 뒤 목돈 마련을 위한 주식투자 원칙으로 가치투자·장기투자로 승부를 건다 공모주를 노린다 실권주청약예수금에 주목하라 우량주에 투자하라 등을 강조했다.
동부그룹 법무팀, 금융경제연수사 연구위원, 부동산신문 전문기자 등 다채로운 경력을 지닌 박낙규씨는 "요즘 같은 저금리, 저성장 사회에서 금융, 보험, 주식, 부동산 어느 한 가지만으로는 절대 목돈을 모을 수 없다"며 종자돈은 비과세 금융상품인 장기주택마련저축이나 고금리 단기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를 통해 모은 뒤 목돈은 부동산 경매와 소형 땅 투자로 마련하라고 충고했다.
전영수씨는 부동산 투자의 핵심으로 부동산에 대한 안목과 내공을 강조했다. 신발이 닳도록 부동산 시장을 돌아다니고, 밥은 걸러도 뉴스는 챙기며, 지도를 끼고 살아가는 생활습관이 몸에 배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기 돈으로만 투자하는 것보다 차입금을 이용할 경우 투자성과가 더 높아진다는 '레버리지 효과'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구체적인 제1 원칙은 자신의 소득규모를 감안해 장기대출을 적극 활용하라는 것. 30년짜리 연 8% 정도의 장기대출을 원금균등분할방식으로 갚아나가면 월 50만원만 내면서 내 집과 목돈 마련의 꿈을 동시에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웃돈은 필요악이다' '강짜를 놓아서라도 대출금리는 떨어뜨린다' 등 실전형 노하우도 눈길을 끈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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