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환자들이 널리 이용하는 자기공명영상(MRI)이 올해 노벨의학상의 주인공이 됐다. MRI는 외과적 수술 없이 인체 내부를 들여다 봄으로써 현대 의학의 진단과 치료에 새 지평을 열었다.수상자인 미국 일리노이대 폴 로터버 교수는 자기장을 이용해 2차원적 시각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보여준 MRI의 개척자다. MRI 기술의 요체는 강한 자기장 안에서 수소 원자핵이 고주파를 방출한다는 것. 인체 조직은 어디나 물을 함유하고 있고, 물 분자 속의 수소 원자가 풍부하기 때문에 고주파가 방출된 위치를 추적하면 인체 장기의 모양을 그대로 구성할 수 있다. 이는 마치 깜깜한 밤중 도시 위를 비행할 때 불빛이 그리는 마천루를 통해 지형을 파악하는 것과 흡사하다.
또 다른 수상자인 영국 노팅엄대 피터 맨스필드 교수는 이 기술의 실용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는 인체가 자기장에 반응해 방출하는 신호를 수학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개발, 영상진단장비로 실용화하는 길을 텄다.
1980년대 초 임상 진료에 사용된 MRI는 현재 세계에서 2만2,000여대가 매년 6,000만건의 검사를 할 정도로 널리 보급됐다. 인체의 모든 장기를 영상화할 수 있으며 특히 수술을 앞두고 뇌와 척추의 정밀영상을 얻는데 매우 긴요하다. 또한 X선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처럼 방사선을 쪼이는 것이 아니어서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 해상도가 뛰어나고, 가로 세로 모든 방향으로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 등 정밀 진단 기기로서 이점이 매우 높다. 국내에는 1980년대부터 도입돼 쓰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방사선과 최충곤 교수는 "MRI의 개발은 수술 전 진단에 획기적인 전기를 이루었으며, 암의 조기 진단을 가능하게 해 인류의 생명 연장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그는 "현재 MRI는 형태적인 진단에 사용되고 있으나 앞으로는 훨씬 미세한 분자 단위나 세포 단위의 진단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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