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에 대해 공부하고 연주를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거꾸로 작품을 통해서 작곡가의 전모를 파악하고 있어요."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비올라 다 감바(첼로의 전신) 연주자 호르디 사발(62)의 첫 내한공연을 성사시킨 한양대 음악연구소장 강해근(57·첼리스트·사진) 교수는 공연보다 다른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사발의 공연은 국내 정격(正格) 연주 마니아들에게는 놀라운 소식이다. 음악을 작곡 당시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재현하는 정격 연주계의 최고 스타이면서도 그 동안 한 번도 한국을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9일(영산아트홀), 11일(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연주회, 10일 강의와 연주(한양대) 등의 일정을 위해 사발은 이번에 한국만을 찾는다. 소규모 공연장이라 섬세한 비올라 다 감바의 소리를 감상하기에 적격이지만 당연히 만석이 돼도 적자다.
"이런 공연이야말로 대학이 해야 할 일"이라는 강 교수는 "연주자는 학문적 뒷받침을 통해 해석자가 되어야 음악이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공연시장은 5,000억원 규모가 넘는다지만 슈바이처 박사가 1908년에 바흐에 관해 쓴 책도 아직 출판되지 않았을 정도로 이론적 뒷받침은 미약해요. 첫 단계로 정격연주 강의와 연주를 통해 학문과 연주의 연계를 추구하고, 앞으로 깊이 있는 음악서적을 대중적으로 알기 쉽게 번역하려고 합니다."
독일 유학 시절부터 정격연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11월6일 저명한 바로크 플루티스트 바르톨트 쿠이겐과 쳄발리스트 겐조 다케히사 등을 초청해 역시 연주와 강연을 갖는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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