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의 6일 대검 국감에는 '현대비자금 사건'의 당사자인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증인으로 나와 자금 수수 여부를 놓고 양보 없는 공방전을 벌였다. 이 전 회장은 비자금 수수를 모두 인정한 반면 권 전 고문과 박 전 실장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이 전 회장을 합동 공격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권 전 고문을 상대로 통합신당 등 여권 '신주류'에 돈이 흘러갔음을 밝히려 애썼지만 권 전 고문은 입을 열지 않았다.권 전 고문은 이날 "김영완씨와 사업가 2명에게 빌린 110억원 이외에 정상적으로 영수증 처리한 돈이 25억∼30억원 정도 더 된다"고 말해 자신이 조성한 총선자금이 140억원대임을 인정했다. 그는 "2000년 총선 당시 수도권 전략지역과 영남권 후보에게 자금이 많이 간 것으로 안다"고 밝혀 통합신당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을 긴장케 했다. 그는 또 "도움을 준 후배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있다"고 서운함도 표시했다.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은 "민주당과 통합신당 중 어디에 돈이 더 갔느냐"고 추궁했고 홍준표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총선 때 원도 없이 돈을 써봤다'고 했는데 얼마나 되느냐"고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권 전 고문은 "이 자리에서는 말하기 어렵다" "모르겠다"며 비껴갔다.
이 전 회장은 신문 과정에서 "정몽헌 회장이 특검에서 비자금 전달 사실을 자백해 나도 진술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권 전 고문은 "이익치 저거 전부 거짓말이다"며 언성을 높였다. 박 전 실장도 "150억원을 받은 적이 없는데 어안이 벙벙하다"며 "이 전 회장은 6월 특검에서 나와 권 전 고문에게 돈을 줬다고 최초 진술을 했다"고 반박했다.
통합신당 천정배 의원은 "뇌물공여자인 이 전 회장이 기소도 안된 것은 검찰과 '딜(협상)'을 했기 때문 아니냐"고 물었고,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뇌물을 김영완씨에게 맡긴 뒤 용돈처럼 타 쓰는 게 말이 되느냐"고 권 전 고문 등을 엄호했다. 박 전 실장은 한나라당 김용균 의원이 "기자 촌지와 회식비로 30억원을 썼느냐"고 묻자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권 전 고문은 이날 "이상수 의원이 민주당 사무총장이던 올 7월 50억원의 총선 자금을 빌려준 사업가를 골프장에서 만나 '후원금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며 "이 사업가는 "50억원을 갚으면 후원금을 내겠다'고 답했다"고 밝혀 이 의원을 곤혹스럽게 했다. 이 의원은 질의 순서에서 "대선 이후 이 기업인이 '100억원을 빌려줬는데 50억원은 받지 못했다'고 말해 권 전 고문에게 확인은 했지만 후원금 부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후원금 얘기를 했으며 이 사업가는 민주당에 상당한 후원을 한 사람"이라고 번복했다.
이날 통합신당 의원들은 권 전 고문의 '폭탄선언' 가능성을 의식한 듯 '권 고문님' '권 선배님'이라고 깎듯이 존칭을 쓰고 화장실까지 따라와 악수를 청하는 등 예우에 신경을 썼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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