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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한자는 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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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한자는 김치다

입력
2003.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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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국문과 교수가 비한자 문화권의 외국인 유학생들과 탈북자 출신 대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 한자 교육도 절실하다고 피력한 기사를 읽었다. 한국어에서 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국어어휘 통계에 의하면 한국어 어휘에서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60% 이상이며 전문용어일수록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고 한다.창의적이고 과학적인 한글에 대한 사랑은 자국 문화에 대한 긍지의 표현이니 당연하다. 그러나 일부 국어관련 학회는 한자를 한 자도 사용하지 않는 논문을 발표해야만 입회 자격을 주는 배타적인 규정까지 두고 있다고 한다. 그 분들에게는 좀 미안한 이야기지만 한글날을 맞아 이방인으로서 한국어에서의 한자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싶다.

한자는 김치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외래문화의 토착화 면에서 볼 때 분명 한자와 김치는 공통성을 갖고 있다.

김치가 한자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김치의 역사적 어원은 고대 중국에서 소금이나 간장에 절인 염장 채소류를 일컫는 침채(沈菜)에서 비롯된 것으로 딤채를 거쳐 지금의 김치가 되었다. 중국의 염장 기술을 빌려온 옛 한국인들은 마늘, 생강, 젓갈, 과일 등 맛깔스러운 양념을 더해 백김치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17세기 일본에서 고추가 들어오면서 비로소 본격적으로 지금의 한국식 김치가 완성된 것이다. 현재 김치가 한국 고유의 특산물이라는 것은 세계적으로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 실상을 살펴보면 역시 차용과 현지화라는 과정이 들어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자도 김치처럼 중국에서 차용된 것이지만 현지화의 과정을 거쳐 이미 한국 문화의 소중한 일부분이 되어 버렸다. 한자를 완전히 배제하고는 법률과 경제를 논할 수 없을 뿐더러 각자를 대표하고 있는 중요한 이름도 관습적으로 거의 한자다. 요즘 같은 국제화 시대에 13억의 중국인과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많은 한자 문화권의 나라와 교류를 하려면 공통으로 사용되는 의사소통 도구인 한자를 알아야 하며 이 또한 한국의 문화적 경쟁력이다.

한글의 순수성을 높이기 위해 한자 교육을 소홀히 하거나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이는 한자 문화권 속에서의 한국의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 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남의 것을 받아들여 나의 피와 살이 되었다면 그것은 나의 것이다. 한국에게 경제적 이익을 안겨 주는 김치를 소중히 여기듯, 무궁한 문화적 이익을 동반하는 한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추이진단 중국인 광주보건대 관광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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