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의 날'이었고 우리의 '노인의 날'은 2일이었다. 때문인지 부쩍 노인문제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는 2000년에 이미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다. 2019년부터는 고령사회,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하지만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예상되어 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 효율성이 높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노인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노인문제를 단순한 연금 문제가 아니라 경제개발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경제성장은 물론, 노인들이 퇴직 후 겪는 심리적 좌절이나 삶의 질 하락 등 사회적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도 같은 견해다. 이 기구는 노인을 경제활동에 편입시키지 못할 경우 연금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경제가 마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유럽 노인연맹의 게르하르트 브루크먼 간사는 노인들 스스로가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더해진 세대(gained generation)'에 주목했다. 이 세대는 청장년과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80세 이상과의 사이인 55∼80세의 건강한 노인을 말한다. 유럽에서는 연금 실업문제 등을 일으키는 골칫덩이의 세대다. 때문에 이 세대가 사회적으로 기여하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노인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 방안인데, 연륜이 필요한 제2의 직업이 무척 좋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사오정(45세 정년)'이라는 말이 전혀 생소하지 않게 된 우리나라에서도 이 세대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날이 멀지 않아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노인이 되면 소득은 줄고, 지출은 느는 것이 당연하다. 또 나이가 들수록 같은 연령에서도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조세연구원의 조사 결과인데, 최근 경기 부진의 지속으로 그 차이는 훨씬 심해졌을 것이다. 돈 없고 고단한 노인층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07년까지 30만개의 노인 일자리를 새로 만들고, 노인 복지 예산을 현행 전체의 0.37%에서 1% 선으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얼마나 효율적일지 미지수다. 우리는 '사오정'으로 더 빨리 '노인'이 되고 있다. 더 이상 노인 문제를 미적거려서는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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