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와 변호인이 5일 주한 독일 대사관을 방문, 우리 당국의 조사 절차에 대한 문제점 등을 거론해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일각에서는 송씨 문제로 한독 양국의 외교관계에 불똥이 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송씨의 변호인 김형태 변호사는 이날 방문과 관련, 독일 대사관측이 "'변호인 입회조사가 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먼저 설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 대사관측은 우리 수사기관이 입회권을 보장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말해 독일측 기류가 심상치 않음을 내비쳤다.
독일측이 우리의 국가보안법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베른트 가이어 주한 독일대사는 지난달 본국을 방문한 길에 권영민 주 독일 대사를 찾아 "송 교수 문제가 불거질 경우 독일 언론이 국가보안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등 파장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양국간 외교 갈등을 우려하는 것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독일 정부는 지난 달 우리 정부에 송 씨에 대한 공정한 조사 절차 보장을 요청한 뒤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전해 오지 않고 있다. 가이어 대사가 송씨 귀국에 동행까지 했지만, "송씨가 한국법을 어겼다면 한국 당국이 처리할 문제"라는 게 독일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독일 정부는 국내법에 변호인 입회권과 관련된 규정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외교적 마찰을 빚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독일 정부와 계속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대사관 관계자도 이날 "한국 정부에서 결정이 난 뒤 입장을 정할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재확인했다.
송씨가 독일 대사관을 방문한 배경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독일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송씨 측에서 먼저 (방문하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말해 독일측이 설명을 요구했다는 김 변호사의 말을 부인했다. 그는 "대사는 부산, 영사는 충남 보령으로 출장 중이어서 송씨는 당직 근무 중이던 무관을 만나고 돌아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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