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이가 초반부터 기세 등등한 장금이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조선 선조와 광해군을 대를 이어 휘어잡은 요부 개똥이의 삶을 그린 SBS 대하사극 '왕의 여자'(극본 윤정건, 연출 김재형)가 6일 첫 전파를 타면서 MBC '대장금'과 불꽃 튀는 경쟁에 뛰어든다.시청자들은 오랜만에 펼쳐지는 '사극 대전'을 이리저리 저울질해 가며 지켜보는 즐거움을 누리게 됐지만, 저울대에 올라야 하는 당사자들은 마냥 초조하다. 더구나 인현왕후(KBS2 '장희빈')의 삶을 마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그 대척점에 선 요부로 변신해야 하는 박선영(27)의 심정이야 오죽할까. 그런데 정작 본인은 의외로 담담한 모습이었다. '대장금'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 여유도 보였다.
"어유, 굉장히 재미있대요. 공을 많이 들였다는 게 한 눈에 보여요. 하지만 '왕의 여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대장금'은 한 인물을 따라가는 성공 스토리지만, '왕의 여자'는 그 시대 역사 전체를 재조명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이끄는 축이 여럿이고 그만큼 긴장감이 넘치죠. 상대가 잘 했으니 우리는 더 잘 해야죠."
'장희빈'을 찍으면서 워낙 마음 고생, 몸 고생이 심해서 다시는 사극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40년 사극 인생 최고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김 PD의 말과 배역의 매력에 끌려 마음을 바꿨다. 김 PD의 표현을 빌자면 개똥이는 한마디로 "개 같은 X"이다. 하지만 왜 이유가 없으랴. 박선영의 분석은 이렇다. "몸은 아버지(선조)의 것이되 마음은 아들(광해군)을 향해 있던 불쌍한 사람이에요. 당돌한 소녀가 이루지 못한 사랑을 정치적 야심으로 토해 내며 독하게 변해가고, 끝내는 몰락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려고 합니다. "
개똥이가 왕의 여자(궁녀)가 되는 관례를 치르는 대목(3부)에 나오는 목욕 신도 비극적 상황을 압축해 보여주는 장치란다. 그는 "선정성 시비가 일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벗은 뒷모습을 천에 비춰 실루엣 처리하는 등 깔끔하게 편집돼 마음을 놓았다"고 한다.
지난달 열린 제작발표회 때 "솔직히 이영애보다 지명도가 떨어지는데"라는 얄궂은 질문을 받고는 "판매부수가 많다고 다들 한 신문만 보는 건 아니지 않느냐, 관심의 표현이라면 고맙다"고 당차게 받아 쳤던 그였다. "평가는 시청자들의 몫이죠. 최선을 다해 좋은 작품, 좋은 연기 보여드릴게요."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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