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정문에서 백양로를 따라 캠퍼스를 오르다 노천극장을 끼고 돌면 마주하는 곳 '청송대'. 청송대는 이름 대로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 숲이 우거진 연세인들의 '뒷뜰'이다.청송대에서 동문쪽으로 향해 난 뒷 길은 연희전문학교 시절부터 널리 알려진 유명한 데이트 코스. 숲이 깊고 경관이 수려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대학시절의 낭만과 추억을 쫓으려는 대학생 커플들이 즐겨 찾는다. 연세대생 한모(22)씨는 "청송대는 학생들로 붐비는 캠퍼스 안에서 그나마 사색에 잠기고 가을 분위기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어서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그런 명성 때문인지 청송대는 한때 신촌 유흥가 일대에서 방황하던 청소년들이 곧잘 찾아오는 방범 취약지대로 전락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1990년대 초반에는 '학생 규찰대'가 최초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양하씨의 수필 '나무' '신록예찬' 등의 모티브가 됐던 청송대는 늘 푸른 소나무 덕에 언제나 변함 없는 분위기로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과 지역 주민들의 발길을 끌어 당긴다. 동문들은 특히 청송대의 겨울 설경을 가장 아름답다고 입을 모은다. 봄꽃의 고운 자태가 사라지면 한여름의 무성한 초록이 숲을 뒤덮고, 바람이 스산해지는 가을을 지나 겨울이 다가오면 많은 이들이 눈으로 덮인 청송대의 비경(秘境)을 기대한다.
한때 울새, 흰눈썹황금새, 북방쇠찌르레기, 촉새 등 '철새의 보고'였던 청송대는 1987년 이한열군 사망 이후 잇따른 학생시위를 겪으면서 수백년 동안 숲을 지켜온 텃새들이 사라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국문학과 홍윤표 교수는 "푸른 솔밭 그늘에 앉아 꿈꾸는 젊음과 곧게 자란 나무들이 어우러진 청송대는 연세인들의 영원한 쉼터"라고 말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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