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밴드'로 불리며 숱한 논란을 부른 록그룹 마릴린 맨슨(사진)의 첫 내한 공연이 4일 저녁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다.여러 차례의 공연 불허 끝에 힘겹게 마련된 이날 무대는 파격적 무대 매너와 기기묘묘한 퍼포먼스로 가득했다. 리더인 마릴린 맨슨이 리프트를 타고 공중에 뜬 채 노래를 부르거나 미키 마우스 모양의 대형 풍선을 띄우는 등 다양한 볼거리로 무대를 채웠다. 'This Is The New Shit'과 신곡 'mOBSCENE'을 부를 때는 집단 광란에 가까운 환호를 불렀다. '19세 미만 관람 불가' 공연이고, '노골적 성행위 묘사 등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Sweet Dream'을 부를 때는 여성 댄서 2명이 성 행위를 흉내낸 몸짓을 선보이고 맨슨은 마이크로 댄서의 성기 부분을 문지르고 속옷에 마이크를 끼워 넣은 채 노래하는 등 민망한 장면을 연출했다.
더욱이 깨끗하지 못한 마무리로 팬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겼다. 관객의 열광적 반응에 흥분한 맨슨이 무대 위에서 터뜨린 샴페인 때문에 베이스 기타와 모니터 부분을 연결한 전선이 누전돼 음향기기가 고장 나는 바람에 15번째 노래 'The Beautiful People'을 부르던 도중에 그는 인사도 없이 무대를 떠났다. 그가 마무리 인사도 하지 않고, 앵콜송도 부르지 않은 채 무대를 떠나 버리자 5,000여 명의 관객들은 "기획사가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해 공연이 어설프게 끝난 것 아니냐"고 반발하며 1시간 가량 돌아가지 않고 음료수병을 집어 던지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에 앞서 3일 오후의 기자회견에서 맨슨은 숱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청소년에게 해롭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이번 공연과 앨범은 제목처럼 '그로테스크'(Grotesque·기괴하다)란 말로 요약된다. 하지만 우리는 CNN을 통해 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쟁 질병 등 진실로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많이 본다"며 "내 공연과 음악이 실제 상황보다 더 해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1999년 컬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범인이 그의 열성 팬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소년을 사탄의 앞잡이로 만들었다"는 지탄을 받는 동시에 한때는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는 제단처럼 차린 무대 위에 교주처럼 등장해서 성경책을 갈기갈기 찢거나 벌거벗은 몸을 흉기로 자해하는 등 반 기독교적 공연 행태를 보여 왔다. 그러나 그는 종교관에 대한 물음에 "나는 악마를 숭상하지도, 신을 숭상하지도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을 믿을 뿐"이라며 "나의 반종교적 퍼포먼스는 배우고 가진 사람들이 종교를 이용해 없는 사람들을 이용하고 지배하는 현실을 비판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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