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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시름 농가 이번엔 "盜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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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시름 농가 이번엔 "盜風"

입력
2003.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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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11시께 충남 천안시 목천읍 소사리 비닐하우스. 공모(65)씨 부부는 5일째 번갈아 밤을 새고 있다. 벌써 이 마을에서만 농가 3곳이 애지중지 농사지은 고추를 몽땅 털린 터. 공씨는 "애지중지 키워 거둔 고추를 도둑맞을까 아예 천막을 치고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계속된 비, 병충해로 인한 사상 최대의 흉작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농산물 전문털이범들이 기승이다. 이들은 예년 같으면 거들떠 보지도 않던 고추 쌀 배추 호박 등까지 싹쓸이해, 수해로 시름에 잠긴 농민들의 재기 의지를 짓밟고 있다. 충남 천안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천안시 수신면 속창리 한 농가에 들어가 쌀과 고추 등 35만원 상당의 농산물을 훔친 김모(38)씨 등 2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이에 앞서 10일께는 당진군 송악면 가교1리 마을에 차량을 동원한 농산물 도둑이 농민 구모(47)씨 등 농가 3곳에서 건조 중인 고추 30㎏을 훔쳐 달아났다. 최근 건조장에서 말린 고추 60㎏을 도난 당한 천안시 목천읍 소사리 농민 신모(72)씨는 "애써 가꾼 농산물을 도둑맞은 주민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도둑들은 고추와 배추,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자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달 27일에는 전북 남원시 인월면 최모(51)씨의 배추밭에서 배추를 훔친 전모(25·경남 함양군)씨가 체포되기도 했다. 배추는 부피가 크고 무거워 예년의 농산물 도둑들이 손대지 않던 것. 울산 서부경찰서가 지난 달 7일 구속한 농산물 절도범 고모(50)씨의 오토바이에서는 고추 뿐 아니라 가지 호박 열쇠뭉치 전화기 휴대폰 8개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수해 복구와 가을걷이가 겹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농민들은 밤잠을 설치며 자체 방범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이 논·밭에 나가 마을이 비는 낮 시간은 무방비 상태다. 지역이 워낙 광범위한 데다 농산물털이범들의 수법이 워낙 전문화하고 있기 때문. 경찰 관계자는 "농민들이 집을 비우는 낮 시간대의 순찰을 늘리고 경보장치와 무인카메라를 운영하는 등 농산물 사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 차정회(56·충남 당진군 송악면)씨는 "농사 짓는 것 보다 다 지은 농사 지키는 게 더 어렵게 된 세상"이라고 탄식했다.

/천안=이준호기자 junhol@hk.co.kr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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