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씨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원의 수사 결과를 반박하고, 해명과 사과도 미흡한 수준에 그치자 국정원이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전례 없이 '공소보류' 조건을 단 것에 대해 "명백한 친북행적 혐의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애써 봐주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공수사를 포함, 국내업무를 총괄하는 박정삼 국정원 2차장이 송씨 입국 직전 독일을 방문한 데 대해 한나라당이 '사전 조율' 의혹을 제기하자 국정원은 이를 강력 부인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국정원 관계자는 "송씨가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할 줄 알았는데 국정원 조사의 결정적 내용을 부인해 실망스럽다"고 말해 일이 예상과 달리 잘 풀리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송씨가 진솔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동정론이 일었다면 공소보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국정원의 입장이 옹색해지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송씨에 대한 여론이 악화한 상황이어서 검찰수사 결과 국정원의 조사내용이 그대로 확인될 경우 공소보류 조건은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공소보류 조건을 보면 송씨가 국정원의 수사과정에서 적극적 반성이나 전향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굳이 공소보류 조건을 단 것은 봐주기 의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또 "수사실무팀과 국정원 수뇌부와의 이견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국정원은 또 검찰 송치 하루 전에 국회 정보위원에게 수사결과를 사전브리핑까지 했는데 한나라당이 국정원을 걸고 넘어지자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초엔 9월30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었으나, 이날 수사결과를 정보위 김덕규 위원장과 한나라당 간사인 정형근 의원에게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정보위원들이 '국감에서 정보위원에게 보고하고 송치하는 형식을 취해달라'고 요청해 송치일을 하루 늦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박 차장과 송씨와의 사전조율 의혹에 대해서도 "박 차장의 출장이 2∼3일 전에 계획된 것도 아니고 이미 7월 말에 짜여진 것인데 송씨 입국과 박 차장의 출장을 연계시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한나라당이 터무니 없는 모함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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