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가 뭐예유? /김기정 지음(시공사)똥줌 오줌 /김영주 지음(재미마주)
선생님, 쟤가 그랬어요/송언 지음(한겨레신문사)
대학에서 '독서 지도' 과목을 가르칠 때면 첫 시간에 반드시 '왜 책을 읽는가?' 라는 질문을 한다. '교양을 쌓기 위하여' '지식을 얻기 위하여' 와 같은 교과서적인 답에 이어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알고 싶어서' '마음이 아플 때 위로를 얻으려고' 처럼 흥미로운 대답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는 책을 별로 읽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단연 '재미가 없어서' 다. '재미'라는 것이 요즘 아이들에겐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부모는 정작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나 아이의 마음을 생각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더 효과적으로 책을 읽혀서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게 할까 하고 조바심을 낸다. 그러나 일단 책 읽는 습관이 몸에 배면 다양한 책을 읽을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독서에서 재미를 느껴야 할 것이다.
'바나나가 뭐예유?'는 지오라는 산골 마을에서 일어난 바나나를 둘러싼 한바탕 소동을 그린 이야기다. 산 위에서 크는 집채 만한 수박이나 강가에서 자라는 개똥참외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맛있는 과일이 있는데 그게 바나나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말로만 듣던 바나나가 새로 난 고속도로에 떨어졌다지 않는가. 지오 사람들은 너도나도 바나나를 집어온다. 경찰은 수십 상자의 바나나를 찾으려고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지만 모두들 "바나나가 뭐예유?" 라며 시침을 뚝 떼면서 아직 익지 않아 떫은 바나나를 어떻게 먹을까 궁리한다. 그 사건 이후로 그 마을 뻐꾸기는 "뻐내너 뻐내너"하고 울었단다. 능청스러운 충청도 사투리로 들려주는 내용은 할머니의 옛날이야기처럼 구수하다.
'똥줌 오줌'은 초등학교가 무대다. 3학년의 어느 교실, 조회시간에 태도가 나빴다고 단체로 손바닥을 맞는데 지각하고 떠든 수복이는 두 대 더 맞는다. 이렇게 선생님이 무서워도 쉬는 시간만 되면 금방 노는 데 열중하는 아이들. 수복이는 제일 무서운 말을 듣는다. 바로 어머니를 모셔오라는 것. 다음날, 엄마에게는 말도 못하고 속태우며 간 학교. 담임 선생님은 결근하고 아이들은 글짓기를 한다. 칠판에 쓴 '잘 쓴 어린이에게는 상 줌' 이라는 글에 수복이는 '상'을 지우고 '똥' '오'를 써넣는데…. 이런 아이들 30, 40명을 데리고 가르치는 선생님이 정말 위대해 보이지 않는가? 선생님의 마음을 알고 싶다면 '선생님, 쟤가 그랬어요'를 읽어보자. 초등학교 교사가 2학년을 맡아 1년 동안 쓴 교직일기다. 선생님의 사랑에 감동하고 아이들 모습에 오랜만에 책 읽으며 낄낄 웃었다.
이 책들이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아래엔 우리 사회의 변화, 교실 내에서의 힘겨루기, 요즘 아이들의 이기적인 모습 등이 깔려있다. 이런 주제들을 놓고 재미있게 읽으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다.
/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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