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원정출산 수사가 검찰과 법원의 잇따른 영장기각으로 또다시 벽에 부딪쳤다. 검찰의 의료법 위반 '무혐의' 결정에 이어 무허가 등록업체들에 대한 구속영장마저 기각되자 경찰은 "법리해석이 대다수의 국민정서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며 수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2일 서울지법 서부지원은 무허가 여행업체를 차린 뒤 해외 원정출산을 알선해 온 혐의로 C여행사 대표 김모(40)씨 등 4명에 대해 신청된 구속영장을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지난달 24일 이들 업체 대표 4명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의 무혐의 결정으로 영장을 기각당했던 경찰로서는 또다시 수사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당시 검찰은 보강수사 지휘를 내리긴 했으나 원정출산 업체들의 해외 의료기관 알선행위에 대해서는 적용 법규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면죄부'를 내렸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경찰이 현재 의료법상 처벌근거가 없는 원정출산 행위에 대해 무리하게 수사를 강행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잇따른 영장기각으로 수사의지가 한풀 꺾이긴 했으나 일단 "구속영장 발부와 상관없이 수사를 계속하고 태아 성감별을 해준 의사들도 불러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당초 영장이 발부될 경우 무허가 등록업체에 이어 태아성감별을 해준 병원 관계자들 및 비자발급 브로커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경찰관계자는 "원정출산 산모 12명 가운데 8명이 아들을 낳은 점으로 미루어 자식의 병역기피를 위해 원정출산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태아 성감별을 해준 병원관계자들은 물론, 사기와 부당이득을 취한 알선업체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려는 데 영장을 기각당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일부 부유층에 이어 중산층까지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원정출산 대열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최소한 이를 악용하려는 업체들은 현행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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