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휴가중이라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경찰의 본분만큼은 잊지 말아야죠."전역을 앞두고 마지막 휴가를 보내던 중 기지를 발휘해 소매치기를 잡은 서울경찰청 정보통신과 소속 조우현(22·사진) 수경은 "맡은 바 임무를 다했을 뿐"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영국 런던대 재학중 의경에 지원한 조 수경은 지난달 25일 휴가를 나온 뒤 사회생활에 적응도 할 겸 서울 순천향대병원 외국인진료소에서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날 오후 4시30분께 조 수경은 병원 1층 화장실에서 나오다 출입구에서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던 병원 인근 갈비집 여주인 이모(44)씨와 맞닥뜨렸다. 이씨는 조 수경에게 "식당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누군가 계산대 밑에 있던 현금 100여만원이 든 가방을 훔쳐 달아났다"며 "범인이 가방과 지갑을 근처 대중 화장실에 버릴 것 같아 달려왔는데 혹시 못봤느냐"고 도움을 요청했다.
조 수경은 한 화장실 좌변기 부스 안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 순간적으로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 척하며 20여분간을 기다렸다. 부스 안에 있던 사람이 계속 나오지 않자 조 수경은 범인이 자신과 이씨의 대화를 엿듣고 숨어 있는 것이라고 판단, 일부러 화장실을 나가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출입구 문을 한 차례 여닫는 시늉까지 했다. 잠시 후 40대 남자가 좌변기 부스 밖으로 나왔다. 조 수경과 마주친 그는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조 수경은 수상한 남자가 이용했던 부스 내 쓰레기통에서 이씨의 신분증을 발견하곤 20여m 가량을 추격했다. 유도 초단인 조 수경은 범인 권모(46)씨를 단숨에 제압한 뒤 이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인계했다. 조 수경은 이씨가 사례금을 건네려 하자 "당연히 할 일을 한 것뿐"이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조 수경의 용기있는 행동을 높이 산 병원측은 1일 표창장을 주고 격려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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