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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우린 영웅을 보았다/ 이승엽 56호 아시아신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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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우린 영웅을 보았다/ 이승엽 56호 아시아신기록

입력
2003.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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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라이언 킹.' 국민타자 이승엽(27·삼성)이 드디어 아시아 홈런신화를 쏘아올렸다.전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된 2일 대구구장. 2회말 첫 타자로 타석에 들어서는 이승엽의 눈빛은 홈런집념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롯데투수는 프로 2년차 이정민. 1구 볼과 2구 스트라이크를 그대로 흘려보낸 이승엽의 방망이는 3구째 가운데 낮은 쪽으로 파고드는 137㎞ 직구를 향해 날카롭게 돌아갔다.

'딱'하는 소리와 함께 중앙 담장을 향해 하얀 궤적을 그리며 빨랫줄처럼 날아가는 찰나 같은 순간, 세상은 모두 숨을 죽였다. 그러나 전 국민의 홈런염원을 담은 공이 담장을 훌쩍 넘어서는 것이 확인되면서 대구구장은 곧바로 홈런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스탠드를 떠나갈 듯한 함성과 함께 56개의 분수축포가 달구벌의 밤을 수놓았다. 이승엽은 오른손을 불끈 쥔 채 껑충 껑충 뛰어오르며 그라운드를 천천히 돌아 홈베이스를 힘차게 밟았다.

올 시즌 세계 최연소 300홈런에 이어 세계 최소경기 40,50홈런과 한국 신기록 달성 등 홈런천하를 향해 질주를 거듭한 이승엽이 마침내 홈런의 전설이 되는 불멸의 순간이었다.

5경기째 홈런침묵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올 시즌 마지막 경기. 애타게 기다리던 시즌 56호째 아시아 홈런 신기록은 이처럼 극적인 드라마로 찾아왔다.

이로써 이승엽은 1964년 일본의 전설적인 홈런타자 오 사다하루(王貞治·다이에 호크스 감독) 이후 39년 동안 깨지지 않던 마의 55호 홈런 벽을 넘어서는 쾌거를 이뤘다.

2001년과 지난해 용병 터피 로즈(긴테쓰 버펄로스)와 알렉스 카브레라(세이부 라이온스)도 아시아 홈런 기록에 각각 도전했지만 55호 타이기록을 세우는 데 그쳤었다.

이날 홈런은 이승엽이 스스로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심적인 부담으로 최근 5경기에서 무홈런에 2할대의 부진한 타격을 보인 이승엽은 무슨 영감이라도 받은 듯이 이날 타순에 변화를 주고 싶다며 4번타자를 자청, 홈런길목을 점지했다. 이승엽은 경기전 "오늘은 독기를 품고 나왔다. 팀이 3위로 확정된 만큼 홈런을 만들기 위해 후회없는 풀스윙을 하겠다"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아시아 야구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이승엽의 방망이는 이제 세계를 향하고 있다. 이승엽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9년 동안의 국내 활동을 접고 내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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