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승흠(전 국회의원) 전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2일 "1995년부터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최한 남북·해외학자 학술회의는 내가 송두율씨에게 제안해 이루어진 것"이라면서 "송 씨가 북한의 김용순 당비서 등의 지령으로 남북학술회의를 주도했다는 국정원의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길 전 교수는 이날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학술회의를 추진하면서 안기부와 사전협의하고 지원을 받았다"면서 "이를 이제 와서 북한의 공작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길 전 교수는 "94년 한국정치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뒤 남북 정치학자간의 공동행사를 추진하다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학회에서 송씨를 만났다"면서 "송씨는 나의 구상을 듣고 '내가 도울 수 있겠다'며 북측 학자들의 참가를 주선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술회의를 추진하기에 앞서 서울대 정치학과 동문인 이홍구 당시 총리, 김기섭 당시 안기부 기조실장과 상의했다"면서 "김 실장이 지원을 약속해 여러가지 면에서 안기부의 협조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베이징 캠핀스키 호텔 등에서 진행된 행사비용은 모두 대우재단 등 기업으로부터 협찬을 받아 우리측이 부담했다"면서 "북측은 사회과학원의 연구원 등이 참가했지만 베이징까지의 교통비 외에 다른 경비를 지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남북·해외학자 통일 학술회의는 한국일보 주관,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및 북한 학회 공동주최로 95년 7월30∼8월1일과 96년 6월30∼7월1일 두 차례에 걸쳐 베이징에서 열렸다.
이후 97년부터 중앙일보와 한겨레 신문이 유사한 회의를 각각 베이징과 평양에서 주관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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