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절대적 가치와 미를 창조하는 반인반신적 존재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공작자(工作者)이다." 미술의 본질은 수공성이다. 미술 작품은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손 끝에서 만든 공작품일 때 일차적으로 빛을 발한다.서울시립미술관이 5일까지 여는 '유쾌한 공작소' 전은 젊은 작가들의 공작 같은 작품,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난장 같은 전시로 미술의 수공성을 회복하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본관과 경희궁 분관에서 함께 열리는 전시에 모두 106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본관 1층에서 열리는 '웰컴 투 팩토리'는 누구나 어린 시절 즐겨 하던 공작 행위를 재현한다. 종이인형 오리기 놀이에서 출발하는 지니 서는 종이에 드로잉을 하고 가위 대신 해부용 메스로 이를 오려낸 뒤 안료를 몇 겹으로 정성들여 입힌 인형을 만든다. 김병직은 여행용 가방 또는 포장된 상자 안에 영상을 설치한다. 가방과 상자는 타임캡슐처럼 삶의 추억 혹은 일상적 이미지들을 담는다. 영상은 술래잡기, 여우놀이, 두꺼비집 짓기 놀이 등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기억의 조각들로 구성된다.
본관 2층에서는 몽상적 판타지의 세계를 보여주는 '유쾌한 공작소로의 모험'이 열린다. 정진아는 동화 속 이야기들을 입체, 공간 꾸미기를 통해 새롭게 접근한다. 간과되는 동화의 조연이나 악역, 소품들로 관객이 이야기의 내용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한다. 올해 시카고 아트페어에서 주목받았던 박성태는 철망으로 인체군의 모습을 만들어 실체와 환상의 모호한 경계를 보여준다.
'빛의 공작소'는 내부 공사를 마치고 개방된 경희궁 분관에서 열린다. 김기연의 'TOUCH'는 손의 움직임을 통해 사랑과 위로를 전달한다. 전선영은 0과 1이라는 숫자를 통해 독특한 색감으로 구상미술과 디지털의 접점을 찾는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상화된 엄숙한 작품들의 집합소 정도로 고정된 미술관의 이미지를 벗고, 유쾌하게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젊은 작가들의 아지트로 변신한다. (02)2124-8924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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