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입장의 핵심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선임 및 노동당 입당 등은 사실이나 실질적인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후보위원이라는 인식조차 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정원 발표내용이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다.노동당 후보위원 선임 여부
송씨는 우선 핵심 쟁점인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선임 여부에 대해 "지난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 영사관 직원의 간곡한 부탁으로 입북했을 당시 '김철수'가 노동당 서열 23위의 후보위원이라는 (노동신문) 기사를 보고 뒤늦게 선임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북한 당국으로부터 후보위원직 선임 사실을 통보받거나 이를 수락한 적이 없으며, 후보위원으로 활동한 적도 없다"며 "북한이 나에게 정치국원으로 일방적으로 모자를 씌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송씨는 국정원이 제시한 문건 가운데 북한이 자신을 '상층 통일전선 대상'인 포섭대상으로 묘사한 부분을 근거로 들었다. 주체적으로 활동한 후보위원이라면 통일전선 '대상'이 아닌 통일전선의 '주체'로 기재됐어야 맞다는 주장이다.
1973년 북한 방문 및 노동당 입당 경위
송씨는 "유신체제로 남한이 암울하던 시절, 독일 등 서구학계에서 지속적 발전 가능성을 평가받고 있던 북한에 대한 학문적 탐구차원에서 방북했다"며 "이 과정에서 받은 주체사상 교육 및 노동당 입당은 당시 방북자들이 거치는 불가피한 통과의례"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런 절차가 현재 우리나라 인사들이 북한 방문 전에 받는 관계기관 소양교육과 전혀 차이가 없는 요식행위였음을 강조하면서 "노동당원으로 의식하고 활동해본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 사실을 국정원에서 먼저 자발적으로 언급했다"고 밝혔다.
북한 지원 자금의 성격과 액수
송씨가 북한으로부터 받았다고 시인한 액수는 대략 8∼9만 달러 안팎으로 국정원이 밝힌 15만 달러와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송씨는 91년 이전 북한을 7∼8차례 왕복하면서 받은 총 2만 달러 정도의 교통비와 92∼94년 학술지원비조로 받은 6∼7만 달러 정도를 받았다고 밝혔다. 송씨는 특히 "학술지원비는 80년대 중반까지 독일 오펜바하시에 있던 한국학술연구원을 재건하기 위해 북한측에 먼저 제의해 지원받았다"며 "이 돈은 공작금은 물론, 개인 활동비도 아니며 전액 연구원 재건 용도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오길남씨 입북 권유 여부
송씨가 특히 강한 톤으로 부인한 것이 "귀순간첩 오길남씨에 대한 입북 권유 사실을 시인했다"는 국정원 주장이다. 그는 "오씨는 물론 누구에게도 입북을 권유하지 않았다"며 "오씨도 자필 탄원서에서 '입북 권유자는 아채상 모씨'라고 분명히 밝혔다"고 주장했다. 송씨는 이어 "오씨와의 대질신문 과정이 녹취돼 있는 만큼 진실은 분명히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성서약문 등 기타 의혹
송씨는 이 밖에 북한에 대한 충성서약문 작성 의혹에 대해 "북한의 요청에 따라 공화국 창건일 등 기념일에 극히 형식적인 축전을 몇 차례 보냈을 뿐"이라고 해명했으며, 남북해외통일학술대회 성사 과정에서의 북한 공작 의혹에 대해서도 "언론사 등 100% 남한측의 재정 지원으로 이뤄진 행사"라고 반박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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