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를 위한 경매가 열린 전씨의 연희동 자택 인근 놀이터는 경매에 참가하려는 시민들과 경찰, 취재진 500여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진돗개, TV, 냉장고, 응접세트 등을 한 묶음으로 묶어 시작된 첫번째 경매는 감정가 633만원에서 출발해 10여 차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7,800만원에 김홍선(50·서울 은평구)씨에게 낙찰됐다. 고미술상으로 알려진 김씨는 이어 대리인을 통해 감정가 370만원인 서예작품·병풍 묶음을 2,000만원에, 감정가 190만원인 동양화 6점을 2,050만원에 잇따라 낙찰받아 모두 1억1,850만원어치를 구입했다. 김씨의 대리인은 "역사적인 물건을 생각보다 싼값에 산 것 같다"며 "하지만 돌려줄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감정가 30만원짜리 랭스필드 골프채는 900만원에, 감정가 55만원인 도자기들은 2,500만원, 최인선작 서양화는 1,500만원에 각각 낙찰됐다. 이날 경매는 49개 물품들을 종류별로 7개 묶음으로 호가를 정하는 부분 일괄판매방식으로 진행돼 시작 50여분만에 끝났다. 총낙찰가는 1억7,950만원으로 이는 경매물품의 총 감정가 1,790만원을 10배 가량 넘는 것이다.
경매를 주관한 서울지법 서부지원측은 예상밖의 인파가 몰리자 경매장소를 전씨의 옛 경호원 사저에서 인근 놀이터로 긴급 변경했다. 경매를 진행한 서부지원 관계자는 "이렇게 혼잡한 동산 경매는 난생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경매 참여자들은 전직 대통령의 소장품이라는 프리미엄을 의식한 듯 경매 시작 2시간 전부터 예상 낙찰액을 산정하고 수신호를 연습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매 참가자들이 일괄경매 방식을 모른채 참가해 경매 시작 후 "왜 물건을 개별 판매하지 않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김모(52·마포구 연남동)씨는 "물건들 중 조악한 것들도 적지않아 혹시 면죄부 주기용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경매장을 메운 대다수 시민들은 그러나 전직 대통령의 소장품이 무더기로 팔려나가는 광경을 지켜보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법개혁국민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 10여명은 경매장 주위에서 집회를 열고 전씨의 은닉재산에 대한 정부의 철저 조사와 신속한 환수를 촉구했다.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전두환 전 대통령은 물론, 가족과 일가 친척들은 경매장 주위에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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