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이 있기에 세상의 희망을 보았습니다."지난해 10월 노숙자, 환경미화원 등 힘없고 가난한 빈민 6,000여명이 8년간 모은 50억여원으로 개원한 무료진료 시설 다일천사병원이 4일로 설립 1주년을 맞이한다. 에세이집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의 저자로 잘 알려진 '밥퍼목사' 최일도(46) 목사의 주도로 서울 전농1동에 지하2층, 지상6층 50병상 규모로 세워진 이 병원은 1년 만에 외국인 노동자, 노숙자, 윤락여성, 독거노인 등 소외된 가난한 이웃들의 안식처로 자리잡았다.
개원 초기에는 환자들의 발길이 뜸했지만 입 소문이 퍼지면서 이제는 입원환자만 100여명에 이르는 등 1년간 1만여명의 환자가 거쳐갔다. 1주년 맞이에 분주한 김혜경(48·사진) 병원장은 "환자들이 대개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픈 분들"이라며 "치료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초기엔 지원자가 적어 애를 먹었던 자원봉사 의료진들도 이젠 80여명으로 불어났고 일반 자원봉사자도 지금까지 3,000여명이나 거쳐갔다.
김 원장은 "설립 초기에는 '병원을 세운 것도 기적인데 얼마나 가겠냐'는 우려가 많았지만 가난한 이웃을 생각하는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이 기적을 낳고 있다"며 "작은 '천사'들의 힘이 이처럼 커질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민이 없는 것도 아니다. 치료를 받고 돌아간 노숙자들이 술을 먹고 다시 병원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근본적인 재활 프로그램이 절실해 경기 가평에 장기 요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병원측은 자원봉사자 2만여명이 한 달에 1만원씩 후원하는 '천사운동'을 통해 부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원장은 조만간 이 곳을 거쳐간 환자 50여명의 사연을 담은 책을 펴낼 계획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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