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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뭐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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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뭐라구요?\\'

입력
2003.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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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19세기의 산물이다. 어느날 갑자기 엄청나게 큰 탈것이 괴성을 지르며 사람들의 삶 속으로 밀고 들어왔다. 비로소 인류는 장거리를 빠르고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게 되었고 기차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것에 비하면 전화와 인터넷이 가져온 변화는 기실 그리 대단한 게 아닐지 모른다.기차는 독서 습관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서재에 쌓아두고 보는 쪽에서 들고 다니며 보는 쪽으로 바뀌었다. 책은 여행의 필수품이 되었고 포켓북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다. 영미권 포켓북의 대명사라 할 펭귄북스 역시 그 시절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책은 여행의 지루함을 덜어주었고 세계에 대한 지식을 넓혀주었다. 그러나 책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앞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나는 지금 책을 읽고 있으니 말을 걸지 마시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가벼운 포켓판 책을 살짝 치켜들고 거기에 눈을 고정하기만 하면 그 책을 보든 안보든 조용히 여행할 수 있었다.

요즘에는 이어폰이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아이들의 이어폰은 묻는 부모로 하여금 꼭 첫 번째 질문을 되풀이하게 만드는 기능이 있다. 백 년 전에 책이 하던 일을 요즘은 이어폰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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