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등산, 인등산, 지등산. 충북 충주시에 모여 있는 산들이다. 세상의 근본을 이루는 3재(三才), 천ㆍ지ㆍ인(天ㆍ地ㆍ人)을 뜻한다. 한반도가 처음으로 하나가 됐던 통일신라시대, 충주는 지리적으로 나라의 한가운데였다. 지금도 중원(中原)이라고 불린다. 예로부터 땅기운의 원천이었고 그 기운을 확인할 수 있는 여행지가 많다. 수안보와 충주호라는 기운이 넘치는 물도 있다. 마침 10일까지 충주 세계무술축제가 열리고 있다.개천절 등이 끼어 황금 같은 징검다리 연휴. 가을을 찾아 나서는 여행지로 제격이다.
준비
충주에는 숙박시설이 많다. 그러나 개천절이 낀 연휴인데다 국제적인 행사가 열리고 있는 만큼 숙박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수안보온천을 중심으로 숙박시설이 가장 많다. 콘도, 관광호텔을 비롯해 수십 개의 일반호텔과 여관이 밀집해 있다. 수안보온천 관광안내소 (043)845-7829.
충주에는 수안보온천만 있는 게 아니다. 문강 유황온천(살미면 문강리, 848-5116), 돈산 탄산온천(앙성면 돈산리 855-6001)도 수질이 뛰어난 온천이다. 산이 좋다면 봉황리자연휴양림(855-5962), 계명산자연휴양림(842-9383)을 이용한다. 산막은 예약이 끝났고 야영을 해야한다. 약간의 산행도 일정에 넣는다면 등산장비를 준비한다.
출발(금요일 오전 8시)
중부내륙고속도로 여주-충주 구간이 열리면서 충주는 수도권에서 무척 가까워졌다. 정체가 없을 경우, 중부고속도로 동서울 매표소에서 출발하면 1시간이면 닿는다. 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여주)-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충주까지 내려가지 말고, 북충주IC에서 빠진다.
충주의 공원 탐방(오전 10시~정오)
북충주IC에서 나와 82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금면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충주의 상징이자 한반도의 중심인 중앙탑에서 충주여행이 시작된다. 가금면 탑평리 남한강변에 중앙탑이 있다. 국보 제6호로 일제가 지어 놓은 중원탑평리 7층석탑이 정식 이름이다. 통일신라시대 후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탑으로 국토의 정중앙을 상징한다. 주변에 공원이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다. 아름다운 조각들이 많고 충주 박물관도 있다. 충주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원이기도 하다.
다음 행선지는 탄금대. 신라의 악성 우륵 선생이 가야금을 연주하던 곳이라고 한다. 야트막한 산으로 남한강물이 굽어 보인다. 역시 조각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점심식사 도토리묵밥(정오)
도토리묵밥은 충북 지역의 독특한 먹거리 중 하나. 도토리묵을 연필 굵기로 길게 썰어 뜨거운 국물에 말고 신김치와 김을 고명으로 얹는다. 밥을 말아 먹는데 개운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간단한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시내 전역에 묵밥집이 있다. 중앙탑공원 입구의 장수네집(043-855-3456)이 깔끔하게 음식을 낸다.
사과 따기 체험(오후 1시)
충주의 대표적인 작물은 사과. 강수량과 기온이 사과 생장에 적당해 빛깔과 맛이 일품이다. 과수원에 들어가 직접 사과를 따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시청 문화관광과 (043-850-5165) 등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농장을 소개 받을 수 있다. 입속이 시도록 사과를 먹을 수 있다.
무술축제 관람(오후 4시)
잔치에 빠질 수 없다. 무술축제에 참가한다. 금요일에는 격투기 실전경기, 세계해동검도대회, 씨름대회, 세계민속공연 등이 펼쳐진다. 장소는 충주체육관을 비롯한 시내 일원이다.
목욕 후 저녁식사 정식(오후 7시)
숙소에 들어 온천욕을 하고 저녁을 먹는다. 월악산 등 기세 좋은 산줄기에서 나오는 산채 백반이 저녁 식사로 어울린다. 수안보 온천지구의 영화식당(043-846-4500), 국화식당(846-2100)이 유명하다. 동동주 한 잔을 곁들이면 쉽게 잠을 청할 수 있다.
아침 해장 올갱이국(오전 7시)
남한강 지류의 맑은 물에서 잡히는 올갱이국으로 속을 푼다. 아욱이나 시래기를 넣어 끓이는 데 해독작용이 탁월하다.
인등산 등반(토요일 오전 8시)
기차도 타고 산행도 즐기는 독특한 프로그램. 19번 국도를 타고 제천방향으로 가면 동량면이 나온다. 마을 끝 지점에 동량역(충북선)이 있다. 역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사람들에게 대모천 마을을 묻는다. 대모천 마을을 관통하는 길이 등산로 입구이다. 계속 임도를 따라 간다.
갈림길이 나와도 직진. 발 아래로 산 건너편의 마을이 보이는 넓은 공간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희미한 길이 보인다. 이 길을 타고 하산하면 삼탄마을. 마을 식당에서 싱싱한 민물고기 매운탕으로 점심을 먹고 삼탄역에서 열차를 타고 동량역으로 돌아온다. 열차는 하루 딱 세차례. 오전 6시13분, 오후 2시13분, 6시58분에 있다.
온천욕 후 무술축제 관람(오후 4시)
숙소로 돌아와 온천욕을 하고 시내로 나간다. 토요일의 축제 프로그램은 전국택견대회, 사이버무술게임 대회 등. 저녁은 오리탕 정도가 좋을 듯하다. 충주가 자랑하는 먹거리 중 하나이다.
충주 동남쪽 지역 여행(일요일 오전 9시)
충주 동쪽의 월악산 일대를 돌아본다. 미륵사지가 첫 순서. 석탑과 석불만이 남은 절터이다. 미륵사지 인근에 월악산 문화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모두 돌아보는데 1시간 30분 정도. 다음은 송계계곡. 길을 따라 계곡이 이어져 있다. 계곡 끝은 충주호와 만난다. 좌회전하면 충주호 유람선 월악선착장이 보인다. 충주호를 제대로 보려면 유람선을 타야 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휴일에는 승객이 많으므로 미리 확인해야 한다. (043-851-5771)
귀가(오후 4시)
더 욕심을 낸다면 청풍문화재단지를 구경하고 중앙고속도로 남제천IC를 이용해 귀가한다. 그러나 원주 분기점 부근이 심한 정체구간이다. 편한 귀가를 원한다면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방법을 택한다.
/글ㆍ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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