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지난 봄 각종 매스콤을 화려하게 장식한 국내 첫 통합컬렉션 소식을 알고계실 겁니다. 국내 양대 컬렉션으로 불렸던 스파컬렉션과 서울컬렉션이 일정을 통합하면서 서울컬렉션위크라는 이름으로 서울 삼성동 COEX에서 장장 9일간 성대한 팡파르를 울렸지요. 파리컬렉션이나 뉴욕컬렉션처럼 우리에게도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주간이 생겼다는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그때의 흥분은 일장춘몽으로 끝날 것 같습니다. 최근 스파는 총회를 열고 10월24일로 예정된 한국패션협회 주관 서울컬렉션위크에 불참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대신 11월 중순께 예전처럼 단독 컬렉션을 갖는다는 계획입니다.
통합컬렉션의 와해는 서울시와 산자부가 예산을 대고 한국패션협회가 주관한 '월드디자이너 프로젝트'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반발이 배경입니다. '한국의 겐조'를배출시키겠다는 목표아래 계획된 이 프로젝트는 세계무대서 한국패션의 위상을 드높일 디자이너를 선발, 2년간 해외컬렉션 참가비(4억원 내외)를 무상지원하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세명을 뽑는데 원로와 신인을 막론하고 국내외에서 50명이 넘는 디자이너들이 지원했습니다. 패션협회가 공정을 기한다고 1,2차에 나눠 심사했습니다만 떨어진 사람들의 반발은 애초부터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습니다. 프로젝트 수혜자로 파리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이 선출된 것이 직격탄이 됐습니다. 국내 컬렉션 무대서 열심히 뛴 사람들은 뭐냐는 거지요. 급기야는 서울컬렉션의 주축이었던 NWIS(뉴웨이브인서울) 그룹을 중심으로 프로젝트 주관사인 패션협회와는 일을 같이 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통합컬렉션 보이코트 움직임이 일었고 이에 스파 멤버들이 동조한 것입니다. 그러나 보이코트를 주도한 뉴웨이브 그룹은 막판에 입장을 변경, 패션주간에 동참하기로 했으니 아이러니지요.
디자이너들의 주장에 공감하지않는 것은 아닙니다. 패션협회가 시간을 두고 충분한 여론수렴을 하지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패션계의 최대숙원이었던 통합컬렉션을 파기하는 형태여야하는지, 월드 프로젝트와 패션주간을 별개로 놓고 각각의 개선방안을 심사숙고할 수는 없는지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더구나 스파는 늘 국내 패션계의 대부격을 자임하고있던 터 아닙니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옛 격언이 뇌리에서떠나지않는 한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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