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의 시즌 56호 홈런은 위대했다. 2일 대구구장의 밤하늘을 가른 대망의 홈런은 온 국민에게 월드컵 4강 못지않은 감동과 희망을 안겨주었다. 지난 25일 국내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홈런이자 아시아 타이기록인 55호 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은 이레 만에 귀중한 홈런을 추가함으로써 아시아 최다홈런 기록의 금자탑을 세웠다. 1964년 일본의 전설적인 오 사다하루(王貞治), 일본서 활약한 외국인 선수 등 3명이 갖고 있던 기록을 39년만에 갈아치운 것이다.아시아 타이기록을 세운 이후 여섯 경기를 남긴 이승엽은 한 개의 홈런을 얻기 위해 피 마르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욕심도 있었겠지만 국민의 열망 또한 큰 짐이 되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이런 중압감 속에서 이승엽은 멋진 홈런포를 쏘아 올려 국민들에게 통쾌한 기쁨을 안겼다. 시즌 마지막 게임에서 터진 홈런이라 더욱 극적이었다. 암울한 경제, 비틀거리는 정치, 어수선한 국내외 상황에 짓눌린 국민들은 모처럼 두 팔 벌려 가슴을 열고 소리 질렀다.
그동안 그가 쏘아 올리는 홈런 수를 헤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신기록을 앞두고 벌어진 게임은 축제의 마당이었다. 고의사구에 대한 관중들의 소란도, '대박의 꿈'을 품고 외야에 진을 친 팬들의 모습도 국민적 축제를 뜨겁게 달구는 요소일 뿐이었다.
국내 프로야구사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신기록을 쌓아 온 이승엽이 진정한 국민영웅이 되기 위해선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하다. 우선 그가 '동네 스타'가 아님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 미국 메이저 리그 진출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으니 그가 해야 할 일은 메이저 리그에서도 통하는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메이저 리그에서 물 흐르듯 부드럽고 자연스런 스윙으로 우리의 자존심을 쏘아 올릴 그 날을 기대해 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