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역풍으로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빠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번에는 자신의 핵심 개혁정책이 당원에 의해 거부되는 사태를 맞았다.1일 휴양도시 본머스에서 열린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최대 공공부문 노조 유니슨이 상정한 블레어 총리의 병원개혁안 반대 동의안이 가결된 데 이어 정부가 상정한 법안은 부결되는 '반란'이 일어났다.
전당대회 결의가 구속력이 없고, 블레어 총리가 누차 개혁안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표명해 왔기 때문에 정책이 철회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블레어 총리의 핵심정책이 풀뿌리 당원에게까지 거부됐다는 점에서 그의 지도력은 또한번 신뢰도에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됐다.
병원개혁안은 국영의료기관인 국립의료원(NHS) 소속 병원 중 일부 병원을 뽑아 '재단병원(foundation hospital)'을 설립하고, 이들에게 독자적인 운영권을 부여한 뒤 국립병원과 경쟁토록 한다는 내용이다. 재단병원은 여전히 NHS 소속으로 지역사회에서 뽑힌 주주들의 감시를 받지만 재정·의료정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개혁정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존 리드 보건장관은 "재단병원이 병원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부자들만이 향유하던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서민에까지 확대하자는 것"이라고 변호했으나 동의안 가결을 막지는 못했다.
유니슨은 "병원개혁안은 NHS 부활을 선언한 1997년 노동당 정강에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반대동의안을 상정했고, 당원들은 "유료로 운영되는 재단병원이 무료 치료를 원칙으로 하는 NHS의 기반을 잠식할 수 있다"며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NHS는 2차대전 직후 보건부 산하에 설립된 세계 최대의 국립의료기관으로, 잉글랜드에서만 100만 명 이상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으나 심각한 재정난과 의사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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