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가을 미국 하버드 대학에 머물고 있었을 때의 일이었다. 중앙 도서관 부근의 강의실에서 오후 세미나를 수강하고 있는데, 갑자기 대학광장에서 몇몇 교수들의 지원까지 받은 학생 시위가 일어나서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교실 밖으로 나와 옆에 서 있던 학생에게 '이슈'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대학 당국이, 아프리카에서 광산업을 하며 흑인들을 착취해서 부자가 된 어느 졸업생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음 날 총장이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검은 돈 받기를 거절하게 되자 캠퍼스는 다시 조용해졌고 모두 다 학문연구에만 매진하는 것을 보고 느꼈던 바가 많았다.우리나라의 경우, 얼마 전 연세대가 본교 출신인 굿모닝시티 윤창열 대표로부터 학교발전을 위한 거액의 기부금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그것이 부정한 방법으로 모아진 검은 돈이란 것이 밝혀지자 곧바로 되돌려주기로 결정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미덕을 보임으로써 걱정스러웠던 학원소요의 가능성을 잠재웠다.
사실 돈은 노력에 대한 대가로 얻었을 때만 가치가 있는 것이다. 성서(聖書)에 의하면 아담과 이브가 금지된 '지식의 열매'를 따먹고 타락했을 때, 하느님은 그들에게 구원 받는 길을 가르쳐 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형벌인 '유형의 길'을 걷는 데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 신의 형벌을 '일'이라고 해석하면 일을 하는 데서 오는 기쁨이 곧 구원의 단서라고 말할 수 있다. 돈은 이것을 물질적인 현실로 옮겨 놓은 것이다. 그러므로 돈이 직접적으로나 혹은 간접적으로 정당한 노력의 대가로서 획득된 것이 아니면, 그것은 곧 도덕성 빈곤으로 역사 속에서의 어둠을 밝히는데 결코 사용될 수가 없다.
검은 돈이 지식의 샘터이자 정의가 살아 숨쉬는 대학발전을 위해 쓰일 수 없다면, 마찬가지로 그것은 인간의 힘을 결집시켜 역사를 발전시키는 데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정치권의 경우에도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쉴 사이 없이 번갈아 가며 정치권과 관련된 검은 돈의 스캔들이 국민들 사이에서 회자(膾炙)되고 있는 것은 말할 수 없이 슬프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검은 돈에 연루되었다는 몇몇 전직 대통령은 물론 현역 정치인들은 철저한 자기 고백과 함께 반성하는 마음으로 그들이 노력 없이 모은 재물을 속히 국민에게 반환해야 할 것이다.
이 태 동 서강대 교수 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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